[건강]땀 너무 흘리면 수술도 고려

  • 입력 2003년 4월 20일 17시 40분


《악수하기 전에 손 닦기, 거래처 사람을 만나기 전에 세수하기, 외부 영업이 있는 날은 여분의 와이셔츠 미리 준비하기…. 회사원 정모씨(33·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생활 수칙 일부다. 정씨는 최근 기온이 올라 땀을 더 흘리게 되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이모씨(28·서울 강동구 천호동)는 키보드와

마우스가 마를 날이 없다. 계속 닦는 데도 몇 분 지나면 다시 손에 땀이 차기 때문이다. 낮 기온이 벌써 20도를 오르내리면서 땀과의 전쟁을 치르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수험생은 시험지가 젖을까봐 장갑을 끼고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모두 ‘다한증’ 때문이다. 손, 발, 겨드랑이 등에서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땀을 많이 흘리는 병이다. 하루에 흘리는 땀이 2∼5L로 정상인보다 3∼6배나 많다. 전체 성인의 0.6∼1% 정도가 걸리는데 환자의 25%는 가족력을 갖고 있다.》

티슈를 손바닥에 얹었을 때 다한증 환자(위)는 몇 초만에 흥건해진다. 반면 정상인(아래)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사진제공 신촌세브란스병원

다한증은 완치가 어려운 병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사회생활이나 학교생활 등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보통 청소년기에 시작해 나이가 들면 차차 줄어든다.

▽왜 생기나=자율신경계인 교감신경에 이상이 생겨 나타난다. 보통 비만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관계가 없다고 의학자들은 말한다.

손이나 발, 겨드랑이 등 특정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는 것을 1차성 다한증, 결핵 당뇨병 갑상샘 기능항진증 등 질병이 원인인 경우를 2차성 다한증이라고 한다. 1차성 다한증이 9 대 1 정도로 많다.

기온이 올라가고 활동량이 늘면서 땀을 더 흘리긴 하지만 1차성 다한증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잠을 자거나 마음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땀을 덜 흘리게 된다.

2차성 다한증은 대부분 전신에 땀이 흐른다. 신경계통의 질병을 앓았을 경우 일부에서만 다한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맵거나 뜨거운 음식을 먹을 때 이마나 콧등, 입술 주위에 다한증이 생기기도 한다.

▽어떻게 진단하나=정상이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것과 다한증을 구분하는 객관적 기준은 없다. 의학자들은 “사회적 활동에 어느 정도 장애를 받고 있는가가 진단기준”이라고 말한다. 가령 운동을 할 때 땀을 지나치게 많이 흘린다 해도 평상시 생활에 지장이 없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녹말가루를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뿌렸을 때 녹말의 당성분이 땀과 엉켜 변색되는 부분이 많다면 다한증을 의심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에서는 직접 해당 부위를 만져보고 땀이 나와 있는 정도를 감안한 뒤 다한증 판정을 내리는 게 보통이다.

▽치료법=약물은 효과가 적어 수술 치료가 널리 쓰인다.

최근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술은 ‘교감신경절제술’로 흉부외과에서 담당한다. 양 가슴에 작은 구멍을 뚫은 뒤 2㎜ 크기의 주사침 내시경을 집어넣어 절제하는 방식이다. 수술 시간은 5∼20분 걸린다.

하루 만에 퇴원할 수 있고 흉터의 크기가 작은 게 장점이다. 비용은 100만∼150만원.

보톡스와 같은 신경차단제를 다한증 부위에 주사하는 치료법도 있다. 그렇지만 효과가 손바닥은 3∼6개월, 발바닥은 3개월, 이마는 6개월 정도에 그쳐 효과가 떨어지면 다시 주사를 맞아야 한다. 비용은 100만∼300만원.

최근 교감신경을 절제하지 않고 티타늄 재질의 클립으로 묶어주는 수술법도 시도되고 있다.

▽효과와 부작용=교감신경절제수술을 받으면 얼굴과 손, 겨드랑이 다한증은 90% 이상 개선된다. 그러나 발 다한증은 50% 정도가 수술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가장 크면서 흔한 부작용은 수술 후 손, 발 등 수술한 부위에는 땀이 나지 않는 대신 앞가슴, 등, 허벅지, 종아리 등 새로운 부위에 땀이 많이 나는 것. 이를 ‘보상성 다한증’이라고 하는데 수술 환자의 70∼90% 정도에서 나타난다. 아직까지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다.

이런 현상은 우리 몸의 방어기전 때문에 나타난다. 원래 땀을 배출해야 하는데 신경을 차단하니까 다른 부위를 찾아 가는 것.

이 경우 보통 로션이나 약물 등으로 치료하지만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심하면 재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수술 전에 담당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게 중요하다.

다한증 수술과정에서 레이저 등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전기열로 교감신경에 일부 손상이 생기면 눈꺼풀이 내려오는 ‘호너 증후군’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쉽게 낫지만 심하면 안과나 성형외과에서 별도의 수술을 받아야 한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김관민 교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두연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Q & A▼

Q. 땀은 왜 흘리는가.

A. 땀은 체온을 조절하는 일종의 냉각장치다. 날씨가 더워지거나 운동을 많이 해서 체온이 37도 이상 올라가면 19만∼240만개의 땀샘에서 땀이 분비된다. 건강한 사람은 하루에 0.5∼0.7L의 땀을 흘린다. 땀을 흘린 뒤 수분을 보충할 때는 갈증이 사라져도 물을 더 마셔 주는 게 좋다. 갈증은 필요한 수분의 20% 정도만 먹어도 해소되기 때문.

Q. 운동을 할 때의 땀과 찜질방에서 나는 땀은 다른가.

A. 그렇다. 보통 운동을 한 뒤 30분 정도 지나면 몸 안에 축적된 납, 카드뮴 등 중금속 일부가 땀과 함께 배출된다. 그러나 찜질방에서 땀을 빼게 되면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 미네랄만 배출된다. 운동을 지나치게 오래해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찜질방에서 무리하게 땀을 빼거나 운동을 오래하면 전해질 균형이 깨져 손발이 저리고 근육이 경직되거나 심하면 의식을 잃을 수 있다.

Q. 땀과 병과의 상관관계는….

A. 땀을 흘리지 않는 ‘무한증’은 당뇨, 저혈압, 아토피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다한증보다 훨씬 위험하다. 또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식은땀을 많이 흘리면 결핵을, 땀을 흘리고 난 뒤 속옷이 누렇게 변하면 간 질환을 의심할 수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부족, 과음, 신경과민일 경우에도 땀이 많이 날 수 있다. 흘린 땀을 바로 닦지 않으면 먼지 등이 땀과 범벅이 돼 땀구멍을 막아 피부 염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당뇨병 환자는 땀을 너무 많이 흘리게 되면 혈당이 급격히 홀라가 의식을 잃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Q. 아이가 땀을 많이 흘리는데 몸에 병이 있는 게 아닌가.

A.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대사량이 성인보다 많아 몸에서 발생하는 열이 많다. 따라서 땀이 나지 않는 온도에서도 아이들은 땀을 흘리는 경우가 많다. 가령 식사 후 또는 식사 중에 대사량이 많아져 땀을 많이 흘린다. 자연스러운 성장과정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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