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요지경 약값'…약 분류체계 복잡 모르면 '가욋돈'

  • 입력 2003년 4월 20일 17시 40분


서울의 한 약국에서 환자가 약사로부터 각종 약을 구입하면서 약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서울의 한 약국에서 환자가 약사로부터 각종 약을 구입하면서 약에 대한 상담을 받고 있다.
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
《석모씨(35·경기 용인시 죽전동)는 최근 담배를 끊기 위해 서울 송파구 A병원 가정의학과를 방문해 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을 받았다. 처방전엔 피부에 붙이면 담배 맛이 없어진다는 금연패치제 일주일치가 적혀 있었다. 석씨는 약국에 처방전을 보여준 뒤 약값, 조제료 등을 포함해 1만7000여원을 주고 금연패치제를 구입했다. 그러나 금연패치제는 처방전 없이도 1만3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 비급여 일반의약품이라는 사실을 친구를 통해 나중에 알게 됐다.》

비급여 일반의약품이란 의사의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면서 보험혜택이 없어 환자가 약값을 전부 부담해야 되는 약이다.

일반인은 대부분 현재 약 분류가 어떻게 돼 있으며 그 차이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 석씨처럼 약값을 더 주고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더구나 최근 보건복지부가 예전에 보험급여가 됐던 일반의약품을 비급여 일반의약품으로 상당수 전환하는 바람에 의사나 약사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의약품의 종류=의사나 치과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그렇지 않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되고 있다. 전문의약품은 약 포장에 ‘전문의약품’ 표시가 돼 있으며 주로 약국 조제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품목이다. 일반의약품은 병원에 갈 필요 없이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약으로 흔히 소화제 해열제 감기약 영양제 등이 있다.

문제는 일반의약품이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의약품과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의약품으로 나눠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급여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는 약값과 조제료의 일정 부분만 내면 된다. 만약 처방전에 비급여 일반의약품만 있으며 약값을 100% 본인이 부담하며 이때 발생되는 조제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로 명시가 없어 약사가 임의로 부과할 수 있다.

▽일반의약품 100% 활용하기=이모씨(3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는 발바닥에 생긴 ‘티눈’때문에 동네 피부과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티눈밴드를 처방받았다. 티눈 밴드의 경우도 비급여 일반의약품. 이씨는 의사에게 진찰료 3000원을 지불한 뒤 동네 약국에 처방전을 가져갔다.

이곳 약사는 “티눈밴드는 처방전 없이 구입하면 25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며 “처방전이 있으면 조제료까지 붙게 돼 약 2000원이 더 든다”고 이씨에게 말했다. 다행히 이씨는 약사가 친절하게 알려줬기 때문에 싼 가격에 살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약을 사야 할 경우 의사나 약사에게 비급여 일반의약품인지의 여부를 한번쯤 물어보는 것이 좋다. 또 비급여 일반의약품은 약국마다 가격이 다르므로 의사에게 묻거나 약국에 전화를 걸어서 약값을 비교하는 것도 좋다.

급여가 되는 일반의약품의 경우 특별한 원칙은 없지만 15일 이상 약을 복용해야 될 경우는 되도록 처방전을 받는 것이 좋다.

대한소아과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인 박재완 원장은 “철분제인 헤모큐액의 경우 약국에서 바로 살 경우 30일치가 2만7000여원이지만 의사에게 처방을 받으면 1만6000여원에 살 수 있기 때문에 1만원 이상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생충 약은 약국에서 바로 구입하는 것이 이익이다. 흔히 사용되는 기생충 약은 ‘젠텔정’으로 한 알에 700원 선. 육안으로 기생충 확인이 안될 경우는 의사의 진찰을 받아야 되며 이때는 병원 진찰료와 약국 조제료 포함해 4500원을 내야한다.

일반의약품을 2∼3일 정도만 먹어야 한다면 한번쯤 비용을 계산해 봐야 한다. 약값이 4500원 이하면 약국에서 직접 약을 사는 것이 낫고 4500원이 초과되면 처방전을 발급받는 것이 낫다.

가벼운 감기에 걸렸을 경우 의사에게 처방전을 받는 것과 약국에서 직접 일반의약품을 사는 것 중 비용만 생각한다면 어느 쪽이 이익일까.

감기약은 대개 항히스타민제와 해열제 점액용해제 등의 일반의약품으로 3일 정도 처방받는다. 이 경우 환자가 내는 비용은 4500∼5000원 정도. 처방전 없이 약국으로 직행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거나 약간 비싸다. 따라서 시간 여유가 없을 경우는 바로 약국을 이용해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진찰과 함께 처방전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피부과에 자주 사용되는 여드름제는 대개 약국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싸다.

아름다운 피부과 이상준 원장은 “3, 4개의 여드름이 얼굴에 있는 정도면 약국에서 직접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지만 갑자기 여드름이 많이 생기거나 여드름이 입 주위나 턱선에 생기는 경우 등은 피부과 의사의 치료를 받는 것이 비용 면에서 이익이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조제료…약값 포함 1만원 이하땐 환자 1500원만 부담▼

▽급여 일반의약품의 조제료=환자가 약국에 내는 조제료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정해진 대로 받게 된다. 조제료에는 약국관리료(620원), 기본조제기술료(150원), 복약지도료(520원)와 처방일수에 따른 의약품관리료와 약조제료 등이 포함돼 있다. 약값과 조제료를 합한 총액이 1만원을 넘지 않으면 1500원(65세 이상은 1200원)을 환자가 부담한다. 그러나 1만원이 넘으면 조제료의 30%를 환자가 부담한다.

▼진료비…검사비 등 포함 1만5000원 이하땐 3000원 부담▼

▽병원 진료비=환자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내는 총 진료비에는 검사 비용, 처치료, 물리치료 비용, X레이 비용, 주사행위료 주사약값 등과 진찰료가 포함돼 있다.

보험 환자가 일반 의원에 내는 진료비는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지 않으면 3000원(65세 이상은 1500원)이다. 그러나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하면 총 진료비의 30%를 환자가 부담한다. 즉 감기 환자가 의원에서 X레이 검사를 받고 주사를 맞아 1만6000원의 진료비가 나왔으면 1만5000원이 넘기 때문에 1만6000원의 30%인 4800원을 내야 한다.

금연 건강검진이나 유방확대, 쌍꺼풀수술 등 미용수술은 비급여환자로 분류돼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하며 특별히 진료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의원마다 가격이 다르다.

한편 치과의원은 처방전을 받지 않고 총 진료비가 1만7000원을 넘지 않으면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3500원(65세 이상은 1500원)이다. 그러나 환자가 처방전을 발급받고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넘지 않으면 3500원, 1만5000원을 넘으면 총 진료비의 30%를 부담해야 한다.

대학병원급인 종합전문요양기관은 지역에 관계없이 초진은 1만3900원, 재진은 1만800원의 진찰료를 내고 이와 함께 진찰료를 뺀 총 진료비의 50%를 부담해야 된다.

종합병원은 시와 군지역으로 나뉘며 시에 위치한 종합병원은 총 진료비의 50%, 군지역에 위치한 종합병원은 총 진료비가 1만5000원을 초과하지 않으면 4600원, 1만5000원을 초과하면 총 진료비의 45%를 내야 한다. 한편 병원의 경우 시에 있으면 환자는 총 진료비의 40%를 낸다. 그러나 군지역에 있으면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넘지 않으면 환자는 4,100원을 내고 1만5000원을 넘으면 총 진료비의 35%를 부담한다.

처방전 없이 사면 유리한 비급여 일반의약품
분류상품
비타민제제삐콤씨정, 삐콤정
니코틴패치니코덤패취, 니코스탑, 니코레트
각종 여드름제제아클리신, 브레복실 겔, 크레오신 티 액
눈영양제타겐연질캅셀, 메모비스캅셀
제산제미란타액복합, 겔포스엠현탁액
코감기지미코정, 스카이나
근육통 패치제대일시프, 상아제놀마일드핫트, 상아제놀, 제일쿨파프
혈액순환 개선제써큐란연질캅셀
간장 보호제복합레가론캅셀
벌레물린 데, 타박상삼남페놀칼라민로숀,안티푸라민에스로오숀
소화불량, 식욕부진에비오제분말, 백초시럽
인공누액아쿠아사이트 점안액, 하이포티어스 에스디유 점안액, 티어스네츄럴2
변비약아락실 과립, 투코락스에스장용정
식욕촉진제트레스탄, 아카펠라정(유나이티드제약 확인요망)
신장투석환자용 영양제레날민
정장제락토메드정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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