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읽듯이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유쾌한 책이다. 막스가 매일매일 벌이는 소동들을 쫓아가다보면 남의 얘기 같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어렸을 때 나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우리집 아이 같기도 하고. 작은 키에 뚱뚱해서 달리기도 잘 못하는 막스. 잘 생기지도 않았고 눈마저 나쁘다. 주위에서 “넌 늘 사고뭉치에다가 문제투성이야” “넌 항상 운이 안 좋아”란 말을 듣는다.
사실 아빠 차를 세차해 준다며 선루프(차 지붕에 달린 창)를 열어 놓고 세차해 차안을 엉망으로 만들고 축구시합에서 자기 팀을 헷갈려 자살골을 넣는 것을 보면 막스가 심한 면도 있다. 그러나 막스는 잘 하려다 실수한 것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매사에 자심감이 없어지고 무슨 일에나 긴장을 하게 된다. 또 그때마다 일을 망쳐 버리고. 그러나 자신을 인정해주는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면 아슬아슬한 다리 난간 위에 서서 건너는 것도, 물수제비 뜨는 것도 척척 해낼 수 있다.
어른들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아이들에게 ‘운’이란 인생의 행복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 막스처럼 매사에 운 나쁜 아이도 있지만 막스의 친구 봉조처럼 운 좋은 아이도 있다.
이웃집 정원에서 친구들과 몰래 딸기를 따먹어도 꼭 막스만 들키고 누가 멀리 쉬하나 내기할 때면 웬일인지 갑자기 소변도 마렵지 않게 된다. 그러나 봉조가 버스시간을 놓친 날은 꼭 버스가 평소보다 늦게 도착해 그 버스를 타고 만다.
그러다 보니 막스는 모든 것을 ‘운’으로 돌린다. 그러나 남의 집 초인종 위에 강력테이프를 붙여 초인종이 멈추지 않고 계속 울리게 하는 장난을 곧잘 치지만 한번도 들킨 적이 없다. 막스는 ‘운이 좋았다’는 봉조의 말을 듣고야 “맞아. 난 지금까지 왜 한번도 그 생각을 못했을까” 하고 깨닫는다. 또 모든 아이들이 자신처럼 나무타기를 잘 하는 줄 알았지만 뭐든지 잘하는 봉조가 나무 위에 오르지 못해 계속 낑낑대기만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란다. 막스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순간 다시 개똥을 밟게 되고 자신은 역시 운이 없다고 한탄한다.
행운아 봉조가 대답한다. “나도 개똥은 여러번 밟아봤어… 누구나 운이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거야.”
막스에게 갈채를. 오스트리아 아동문학상 수상작.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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