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생각에는…]아이들 교육, 아빠가 ‘복병’

  • 입력 2003년 4월 22일 1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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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얼마 전 중간고사를 앞두고 중학교 1학년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다.

중간고사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하던 학원선생님, “요즘 아이들, 어머님 세대와 비교하면 정말 무식합니다”라고 말해 다들 웃었다. 농담이었지만 사실에 근거한 농담이었다.

이 분 얘기가 지금 중학교 1학년 아이들에게 히말라야산맥이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우수반 학생들인데도 아프리카라는 대답이 가장 많더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워낙 책을 안 읽으니 어머님 시절엔 독서를 통해 ‘상식’으로 알았던 것을 ‘지식’으로 외우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었다.

우리 엄마들이 학교에 다닐 때는 사회 도덕 같은 과목은 상식으로 아는 것도 많아 어렵지 않은 과목이었지만 요즘 아이들은 기초상식이 워낙 허약하다보니 사회 같은 암기과목도 난이도 높은 과목이 되어버려 지금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도 1월부터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4과목으로 편성하던 종합반에 사회 과목을 추가할 정도다.

그렇지 않아도 공부에 바쁜 요즘 아이들, 틈만 나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오락, 아이가 조금 크다 싶으면 휴대전화까지 온갖 감각적인 오락기구들에 자투리 시간이나마 빼앗기다보니 자연히 아이들이 독서를 통해 알게 되는 상식의 양도 질도 떨어진다. 이러다가 진짜 몰상식한 아이들이 되어버리면 어떡하나.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저녁시간에 텔레비전을 끄고 지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러라도 내가 앞장서 저녁시간 짬짬이 책을 읽는다. 텔레비전을 아주 안 볼 수는 없고 특별히 볼 만한 프로그램을 하지 않을 때는 텔레비전을 끄고 지내는데, 아빠가 ‘복병’이다.

아는 엄마들 몇몇이 모이다 보면 도마에 흔히 오르는 메뉴가 남편들이다. 다들 하는 말, “도대체 아빠가 아이들 교육에 도움이 안 돼!”

대부분 아빠들은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잘 모르다보니 교육현실에 빠삭한 엄마들과 견해차가 심하다.

엄마들은 공교육이 부실해지다보니 학원은 필수, 과외는 선택이라고 생각하고들 있지만 대개 아빠들은 “우리 때는 학교만 다녀도 공부 잘했어!”라고들 한다.

아빠들이 퇴근 후 시간을 보내는 방식도 그렇다. 보통 아빠들의 저녁 먹은 다음 가장 중요한 일과는 텔레비전 시청이다. 우리 집에서도 텔레비전을 가장 열심히 켜는 사람이 남편이다. 아빠는 텔레비전 앞에서 넋을 놓고 있는데 아이에게만 책을 보라고 할 수는 없다.

직장 일에 지쳐 집에서는 글자도 들여다보기 싫은 심정,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소파에 누워, 머릿속 비우고 텔레비전에 몰두하는 것도 비난만 할 순 좋다.

하지만 가끔이라도 진지하게 책 읽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아이들을 훨씬 쉽게 책의 길로 이끌지 않을까. 남편님들, 우리 엄마들,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책 좀 읽자구요!

박경아 서울 강동구 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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