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거장들의 황홀한 연주 눈으로 듣는다

  • 입력 2003년 4월 23일 18시 43분


19세기 말부터 스테레오 시대 초기까지, 지난 시대 클래식 거장들의 자취를 담은 다큐멘터리들이 DVD로 발매됐다. 유니버설뮤직은 필립스사가 제작한 ‘피아노의 황금시대(The Golden Age of the Piano)’에 우리말 자막을 부가해 선을 보였고, 워너뮤직은 텔덱 레이블로 제작된 ‘지휘의 기술(The Art of Conducting)’ ‘바이올린의 기술(The Art of Violin)’에 역시 우리말 자막을 붙여 내놓았다.

세 타이틀은 각각 피아노, 지휘자, 바이올리니스트를 테마로 명인들의 연주 모습을 풍성히 수록했고 음악학자들의 해설과 지인들의 회상을 덧붙여 옛 거장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각 타이틀에 담긴 명인들의 면면은 대단하다. ‘피아노의 황금시대’에는 마이러 헤스, 요제프 호프만 등 한 세기 전의 명인부터 클라우디오 아라우, 아르투르 루빈슈타인 등 최근까지 실제 연주를 만나볼 수 있었던 연주가까지 소개된다. ‘지휘의 기술’도 아르투르 니키슈에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레너드 번스타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을 망라한다.

만나기 쉽지 않았던 연주 화면들을 접하는 기쁨도 크지만 명인들의 알려지지 않은 면을 새로운 시각으로 소개받는 재미도 쏠쏠하다.

베를린 필의 한 단원은 카라얀에 대해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그는 자기 자신을 잘 팔았고 우리들 자신마저 팔았죠. 자신이 시대에 맞는다고 했는데, 그가 시대에 맞았던 점이라면 바로 그 세일즈적인 면입니다. 그 때문에 우리가 그를 선택한 것이기도 했고요.”

대작곡가이기도 했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지휘자로서 0점이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그는 느릿하게 지휘하다가 시계를 살짝 보고는 마구 빠르게 지휘봉을 휘둘러대곤 했다. 친구들과의 포커 약속에 늦을까 염려해서였다고.

역시 대작곡가이자 피아노 명인이었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는 맹렬한 연주로 객석을 뜨겁게 달구어 놓곤 했다. 그가 연주를 마치면 사람들이 ‘그걸 연주해(Play it!)’라며 연호하고는 했다. ‘그것’이란 라흐마니노프의 유명한 전주곡 C샤프단조였다.

워너뮤직은 지휘 1편·바이올린편에 이어 ‘피아노의 예술’ ‘성악의 예술’ 등을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02-3416-4900(워너뮤직), 02-2106-2000(유니버설뮤직)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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