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욕망과 분노, 희망과 좌절, 꿈도 사랑도/끊임없이/이루지 못해 울어야 하는/얻지 못해 버려야 하는….”
올해 초 국립무용단장에 취임한 김현자 단장은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올리는 첫 작품 ‘바다’의 의미를 이렇게 표현했다. 24∼2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독특한 자신의 색깔로 개성 있는 춤을 선보여 온 김 단장이 다양한 춤언어를 펼치는 무대다.
2000년 공연됐던 ‘바다’의 기존 안무를 바탕으로 하되 후반부를 추가해 2003년의 ‘바다’로 다시 탄생하는 것. 전작이 ‘눈으로 보는 바다’로 바다에 대한 자연주의적 묘사와 더불어 인생의 흐름을 투영한 것이라면, 새로 덧붙인 후반부는 ‘마음으로 보는 바다’로 바다의 이면(裏面)적 깊이에 대한 성찰을 담는다.
이번 작품에서 ‘바다’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김 단장은 한국 춤으로는 드물 만큼 다채로운 춤의 언어를 사용한다. 먼 바다의 흐름을 표현하는 ‘살풀이’, 힘찬 바다의 격동적 힘을 드러내는 ‘택견’, 몰아치는 파도를 풀어내는 ‘동살풀이 장단’, 오후의 잔잔함을 그려내는 전통민요 ‘뱃노래’, 황혼녘의 절경과 그 관능미를 드러내는 ‘탱고’….
국립무용단원들은 한복 스타일의 연습복 대신 몸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연습 중이다. 이들은 전통춤을 기반으로 하되 전통적 춤사위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춤의 기호를 실험한다.
무대미술은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의 전수천 교수가 맡는다. 천장에서 내려온 찢겨진 천, 그 사이를 뚫고 객석까지 비춰주는 조명, 천과 빛 사이를 뚫고 나오는 무용수…. 김 단장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 ‘채우는 무대’보다는 ‘비우는 무대’를 지향해 온 전 교수는 이번에도 간결한 무대장치를 통한 이미지의 극대화를 시도한다. 최진욱, 정윤, 김미애, 장윤나 등 한국 무용계를 이끌어갈 춤꾼들이 한껏 펼치는 기량도 기대해 볼 만하다.
24∼25일 오후 7시반, 26∼27일 오후 4시. 2만∼5만원. 02-2274-3507∼8, www.ntok.go.kr
김형찬기자 khc@donga.com
▼국립오페라단 '투란도트'-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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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 내내 잠자는 시간만 빼고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이 꼬박 준비했습니다.”
국립오페라단 정은숙 단장은 24일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예전의 어느 작품보다 긴 준비기간과 많은 제작비(10억원)를 쏟아부으며 갈고 닦은 푸치니의 ‘투란도트’가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정 단장은 지난해 12월 말 출연진을 확정, 연습실이 없어 예술의 전당과 국립극장의 ‘남는’ 공간을 전전하는 와중에서도 ‘착실하게’ 정교한 앙상블을 이뤄냈다고 자랑했다. 국립오페라단은 31년 전인 72년에도 대규모 합창단과 긴 준비기간이 필요한 ‘투란도트’를 국내 초연했다.
연습을 진행하는 동안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장이머우 감독 연출의 대규모 ‘투란도트’ 공연 소식도 들려왔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이쪽은 볼거리에 앞서 갈고 닦은 앙상블로 승부하는 만큼 ‘컨셉트’ 자체가 다르기 때문. 그렇지만 국수호 디딤무용단의 화려한 무용 등 볼거리도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정 단장은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자랑거리가 또 하나 있다. 이탈리아의 오페라 의상 전문가 리비아노 달 포초를 초청, 고대 중국의 왕족과 병사 시녀 등 다양한 인물의 화려하고도 섬세한 의상을 마련했다. “이 오페라의 규모가 커서 매년 공연하기는 힘들겠지만, 의상도 제대로 준비된 만큼 3년에 한번 정도는 공연해 국립오페라의 자랑거리로 삼고 싶습니다”라고 정 단장은 밝혔다.
이번 공연에는 이탈리아에서 여러 차례 이 작품 타이틀롤로 출연해온 소프라노 베셀라 즐라테바와 일본의 스타급 소프라노 시모하라 치에코가 투란도트 역으로 출연한다. ‘제2의 히로인’이자 사랑을 위해 목숨을 잃는 시녀 류 역에는 소프라노 김향란 오미선, 왕자 칼라프 역에는 김남두와 이탈리아 테너 질베르토 마페초니가 출연한다. 24, 25일 오후 7시반, 26, 27일 오후 4시. 2만, 10만원. 1588-7890, 02-586-5282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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