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연의 젊게 삽시다]피로, 질병의 그림자

  • 입력 2003년 4월 24일 17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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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중소기업을 일군 중년의 K씨는 지금까지 가속페달만 밟으며 살아왔다. 몸이 부서지더라도 가난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아내도 말리지 못할 정도로 그의 몸을 혹사시켰다. 그러나 과속을 밥 먹듯 하고, 격무라는 부하까지 걸리면 엔진이 과열돼 자동차는 망가지게 마련이다. 그에게 브레이크를 건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몸이었다.

일반인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피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로는 질병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일종의 조기 경보시스템이다.

우선 그는 아침 기상 시간이 늦어지기 시작했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무겁게 눈을 떠도 의욕이 없어 만사가 귀찮을 뿐이다. 언제나 식구들 중 가장 먼저 일어나 조간신문부터 챙겼지만 이제는 새로운 뉴스에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조간신드롬’이 나타난 것이다.

피로는 ‘질병의 그림자’다. 의사들이 피로를 중시하고 그 실체를 밝히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피로는 천(千)의 얼굴을 가졌다. 원인이 다양하다 보니 무엇 때문에 피로한지 알아내는 것은 미로 찾기에 비유된다.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 정신적 또는 정서적 문제가 배경에 깔릴 수 있고, 갑상샘 기능장애나 당뇨, 고혈압, 간장병, 폐질환 등 소모성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 피로의 원인이 밝혀진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피로를 호소하는 경우의 10% 정도는 피로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만성피로증후군이라는 병명이 붙을 때도 있다. 드물게 암이 피로의 배후조종자일 수 있고, 운동부족이나 과도한 음주와 흡연 등 나쁜 생활습관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피로를 줄이는 기본적인 방법은 휴식과 영양 그리고 생활습관의 개선이다. 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며,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피로는 없어지기 때문이다.

식사도 중요하다. 육류보다는 채소 중심의 식사를 하고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나 초콜릿은 물론 자극성 음식은 피한다. 가정식보다는 외식을 많이 하는 사람, 특히 인스턴트식품에 매달리는 사람에겐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 영양보충제의 사용도 권한다.

최근에는 그동안 홀대받던 미량원소들이 약진하는 추세다. 우리 몸에는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같은 3대 영양소 외에도 매우 적은 양이지만 세슘이나 셀레늄, 칼슘, 마그네슘과 같은 미세 영양소들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량원소의 부족을 측정해 보충 해주는 맞춤형 처방은 이미 선진국에서 각광받고 있다. 피로를 쌓아두지 않는 것이 건강과 노화방지에 중요하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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