商-장사아치 상烙-지질 락 攝-끌 섭
坐-앉을 좌廛-전방 전 褓-포대기 보
한자단어의 출현에는 재미있는 고사가 많다. 옛날 중국의 고대국가에 商이라는 나라가 있었다. 후에 殷(은)으로 이름을 바꾸어 우리에게는 殷나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도 익히 아는 忠節(충절)로 유명한 伯夷(백이)와 叔齊(숙제)는 바로 殷나라 말기 때 사람이다.
殷의 마지막 왕 紂王(주왕)은 애첩 달己(달기)에게 빠져 사람을 태워 죽이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유명한 포烙之刑(포락지형)이 그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신하 發(발)이 일어나 紂王을 죽이고 새 왕조를 여니 그것이 周나라로서 자신은 武王(무왕)이 되었다. 기원전 1100년경의 일이다.
망국의 백성이 된 商(殷)나라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논밭과 집을 빼앗긴 채 賤民(천민)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武王은 이들이 반란을 꿈꿀까 두려워 먼 지방으로 쫓아내고는 가축이나 매매하면서 살도록 했다.
과연 武王이 죽자 商의 유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평정되고 말았지만 攝政(섭정)하고 있던 武王의 동생 周公(주공)은 그들이 또 다시 반란을 꾀할 것 같아 이번에는 洛陽(낙양)으로 옮겨 살도록 배려했다. 물론 직업은 여전히 가축을 매매하는 것으로 제한했다.
가축 장수였으므로 그들은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장사를 해야 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들을 ‘商人’이라고 불렀는데 본디 뜻은 ‘商나라 사람들’이다. 장사를 하면서 연명했으므로 후에는 장사하는 사람을 商人으로 부르게 되었다.
한자에 商人을 뜻하는 말로 賈(고)라는 것도 있다. 둘 다 장사를 하는 것이지만 차이가 있다. 商은 여기 저기 움직이면서 장사를 하는 것을 말하고 賈는 정착하여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書賈(서고)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책을 팔았던 사람을 뜻했다. 그래서 行商(행상)과 坐賈(좌고)라는 구별이 있게 된다.
조선시대에 서울의 종로에는 六矣廛(육의전)이라는 것이 있어 특정 상품을 팔거나 官需品(관수품)을 조달하곤 했는데 전형적인 賈라 하겠다. 반면 지방의 5일장을 찾아 이동하면서 장사를 했던 자들로 褓負商(보부상)이라는 집단이 있었다. 전형적인 商인 셈이다. 그들을 褓負賈(보부고)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본다면 백화점에서부터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무릇 점포를 차려 놓고 장사하는 사람들은 앞으로 직업란에 商業이 아닌 賈業이라고 적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商人은 우유배달하는 사람이나 월부장사가 아닐는지….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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