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심리는 빙산과 같다. 90% 이상이 눈에 안 보인다. 새 차를 산 사람에게 “왜 새 자동차를 샀습니까?” 하고 물으면 “집이 멀어서”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최근에 승진을 해 지위에 걸맞은 차를 갖고 싶다는 욕구가 숨어 있다.
주부들은 아이들에게 줄 쿠키를 살 때 말로는 '영양'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기들끼리 얘기할 땐 쿠키는 아이들을 조용하게 하는 '뇌물'이라고 소곤거린다.
인간의 마음은 두 가지 층이다. 의식적인 층과 무의식의 층. 이 책은 이 둘 중 어느 한 가지에만 의존하는 것은 마치 한쪽 다리로만 걸으려는 것과 같다고 비아냥거린다. 말하지 않는 소비자의 진심을 헤아릴 수 있다면 마치 소비자를 친구 알듯이 속속들이 알아서 정확한 마케팅활동을 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 책의 장점은 시장이 이제 대중에서 분중(分衆)으로, 나아가 개인시장으로까지 좁혀지고 있는 현실에 맞춰 세분화한 시장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소비자의 성별, 연령별, 계층별로 그 성격과 가치관 및 라이프스타일이 다른 점을 고려해 각각에 맞는 심리타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각 세분시장에 맞는 프로모션 전략과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이팩으로 된 과즙음료가 주로 어린이에게만 인기를 끈 것은 성인들이 빨대를 꽂아 마시는 것을 어린애처럼 여겼기 때문이었다. 은박지 탭을 붙여 직접 입을 대고 마시게 하니 성인층 매출이 늘어났다.
TV가 들어오면서 영화산업이 쇠퇴할 줄 알았지만 영화는 계속 번창하고 있다. 개인적 매체의 성격을 가진 TV에서는 얻지 못하는, 친구나 애인과의 사회적인 경험을 주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심리는 이렇듯 보이는 하나의 사실만을 보지 말고 구매에 영향을 주는 여러 가지 요인들, 즉 개인적 동기나 태도에서부터 가족과 사회계층, 준거집단, 소비자의 지위나 역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세밀히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소비자 마케팅 분야에서 다년간 연구해 온 학자들이다. 그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200여 개의 마케팅 사례가 담겨 있어 흥미를 더해 준다.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소비자의 마음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그동안 경쟁자들이 무심코 지나친 것 중에서 무의미하고 관계없는 것처럼 보이던 사실들을 새롭게 발견해 소비자의 마음으로 가는 기회를 얻게 해주는 이정표가 되는 지침서가 될 만하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기존의 광고심리학이나 마케팅심리학에서 다루는 지각과정과 구매행동과정, 그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 ‘개론서’의 내용에 사례를 덧붙인 정도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기대가 커서였을까. 좀 더 새로운 개념을 곁들여 정리를 했더라면 하는 여운이 남는다. 아무튼 쉽게 읽는 심리 개론서이면서 소비자의 감춰진 부분에 대한 ‘통찰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신강균 한세대 교수·광고학 kkshin@hansei.ac.kr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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