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나 바우쉬는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마주르카 포고(Masurca Fogo·불타는 마주르카춤)'로 표현했다.
파두(포르투갈 민속음악), 탱고, 삼바, 재즈, 왈츠….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선율의 갈래 속에 사랑과 낭만과 희망과 환희가 선남선녀들의 몸을 통해 흘러나온다. 리스본에서 벌어지는 일상사의 모든 동작은 곧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춤이 되고 강렬한 에너지가 되어 무대와 객석에 넘쳐흐른다.
하얀 박스 모양의 무대 뒤편에 거대한 바위를 펼쳐놓고 무대 전체를 스크린으로 삼아 쏟아지는 대형 영상은 공연장의 모든 사람들을 생동감 넘치는 리스본의 거리로, 포르투갈의 정서가 배어있는 브라질의 정열 속으로, 포르투갈의 옛 식민지였던 서아프리카의 섬 케이프 베르데의 뜨거운 태양과 부서지는 파도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세계 정상급 안무가인 피나 바우쉬(독일 부퍼탈 시립무용단 예술감독 겸 안무가)와 20여 명의 무용수는 정교한 연출을 통해 그들의 내면에 펼친 포르투갈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나의 이 천재적 상상력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것은 관객의 한계”라는 ‘삼류 예술가’의 억지는 통하지 않는다. 상상력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것을 관객의 마음까지 전달하는 치밀한 구성과 이를 표현해 내는 무용수들의 춤과 연기다. 20명의 무용수가 동시에 움직여도 정형성은 없다. 무용수 하나하나의 개성은 가벼운 군무 속에서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들은 춤의 ‘도구’가 아니라 춤추는 ‘리스본 사람’이다. 관객들이 감동하는 것은 춤의 기교가 아니라 그들의 연기가 뿜어내는 정서의 파장이다. 어느 무용수 한 사람만으로도 무대를 가득 채울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은 바로 이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힘이다.
1979년, 2000년에 이어 세 번째 내한한 피나 바우쉬는 이번에도 ‘탄츠테아터(Tanztheater)’의 환상적인 무대를 유감없이 펼쳤다. ‘탄츠테아터’는 무용,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이용해 독일에서 만들어진 무용극 형식의 새로운 예술양식이다.
바우쉬는 ‘세계 도시 시리즈’를 통해 ‘탄츠테아터’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1986년 이탈리아 로마, 1989년 이탈리아 팔레르모, 1994년 오스트리아 빈, 199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1997년 홍콩을 거쳐 1998년 포르투갈 리스본, 2000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2001년 브라질 브라질리아, 2003년 터키 이스탄불, 2004년 일본 도쿄.
25∼28일 ‘마주르카 포고’를 통해 포르투갈에서의 꿈같은 2시간 반을 누렸던 ‘서울’은 2005년 ‘세계 도시 시리즈’의 주인공이 된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