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부터 국수전 관전기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 김승준(金承俊·30·사진) 8단. 서글서글한 성격에 어울리게 말투도 시원시원하다.
그는 1994년 군복을 입은 채 이창호 9단과 국기전 도전기를 두던 모습으로 바둑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당시 조훈현 9단을 제치고 1인자의 자리에 오른 이 9단을 상대로 도전기에서 먼저 1승을 거둬 화제를 뿌렸다. 군복무 중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도전기에 나섰다가 1승3패로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그해 한국기원 신예기사상을 받았다.
이후 삼성화재배 LG배기왕전 등 세계대회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기전 본선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국가별 단체전인 농심배 출전자 5명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올해도 14승4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어린 기사들이 잘 두기는 하지만 저도 승부에서 초연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 아닙니까. 프로기사라면 국수전에서 우승하는 게 꿈입니다. 세계대회 우승도 물론입니다.”
그의 별명은 ‘흑기사’다. 테니스 등 실외 운동을 좋아해 검게 그을린 얼굴 때문에 얻은 별명이지만 ‘흑기사’처럼 바둑계 인사와 동료 기사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도 있다. 승부사들이 흔히 외골수가 되기 쉬우나 김 8단은 인간관계가 좋은 기사로 손꼽힌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바둑 잡지나 인터넷 대국 중계에서 바둑 해설자를 섭외할 때 김 8단은 가장 마음 편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기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프로기사회 간사를 맡아 승단대회 개혁과 단수당 폐지 등 바둑계 문제 해결에도 열성을 보였다.
“국수전 관전기 해설은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승부로서만 아니라 참신한 해설로 바둑팬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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