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전 해설맡는 김승준 8단 "국수전 권위 맞은 해설하겠다"

  • 입력 2003년 4월 30일 19시 05분


“‘국수’라는 명칭이 한국 바둑계의 최고를 이르는 이름 아닙니까. 국수전 권위에 걸맞게 바둑팬에게 심도 깊은 해설을 전하겠습니다.”

2일부터 국수전 관전기 해설을 맡은 프로기사 김승준(金承俊·30·사진) 8단. 서글서글한 성격에 어울리게 말투도 시원시원하다.

그는 1994년 군복을 입은 채 이창호 9단과 국기전 도전기를 두던 모습으로 바둑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당시 조훈현 9단을 제치고 1인자의 자리에 오른 이 9단을 상대로 도전기에서 먼저 1승을 거둬 화제를 뿌렸다. 군복무 중이라는 열악한 환경을 딛고 도전기에 나섰다가 1승3패로 타이틀 획득에는 실패했으나 그해 한국기원 신예기사상을 받았다.

이후 삼성화재배 LG배기왕전 등 세계대회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기전 본선에서 꾸준히 활약했다. 지난해에는 국가별 단체전인 농심배 출전자 5명 중 한 명으로 활약했다. 올해도 14승4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요즘 어린 기사들이 잘 두기는 하지만 저도 승부에서 초연하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 아닙니까. 프로기사라면 국수전에서 우승하는 게 꿈입니다. 세계대회 우승도 물론입니다.”

그의 별명은 ‘흑기사’다. 테니스 등 실외 운동을 좋아해 검게 그을린 얼굴 때문에 얻은 별명이지만 ‘흑기사’처럼 바둑계 인사와 동료 기사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뜻도 있다. 승부사들이 흔히 외골수가 되기 쉬우나 김 8단은 인간관계가 좋은 기사로 손꼽힌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바둑 잡지나 인터넷 대국 중계에서 바둑 해설자를 섭외할 때 김 8단은 가장 마음 편하게 말을 건넬 수 있는 기사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프로기사회 간사를 맡아 승단대회 개혁과 단수당 폐지 등 바둑계 문제 해결에도 열성을 보였다.

“국수전 관전기 해설은 또 하나의 도전입니다. 승부로서만 아니라 참신한 해설로 바둑팬에게 다가가겠습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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