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제이콥스와 케네스 콜 향수 브랜드가 소속된 LVMH그룹 미국 디자이너 향수(ADF) 부문의 카밀 맥도널드 회장은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향수를 사는 것은 그 디자이너의 충직한 팬이 되는 입문 행위”라고 설명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은 비싸지만 향수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소비자들은 옷 대신 향수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또 옷은 매 계절 새롭게 만들어야 하지만 향수는 코코 샤넬의 ‘샤넬 넘버 5’처럼 디자이너의 분신으로 오래 존재할 수 있다.
마크 제이콥스는 새 향수를 만들면서 향 자체는 물론 향수병 등 포장, 광고에까지 관여했다. ‘물 위에 떠 있는 치자꽃향’이 그가 원했던 향. 조향사들은 ‘가장 신선한 순간의 치자꽃’을 찾기 위해 애써야 했다.
미국 뉴욕 출신 디자이너 케네스 콜은 ‘샤워를 마치고 막 걸어 나올 때 나는 향’을 담은 남성용 향수를 만들고 싶어 했다. 조향사들은 차가운 물이 샤워기에서 쏟아져 내리는 소리를 만들어 내며 개운한 느낌을 담으려 애썼다.
두 디자이너의 남녀용 향수 및 샤워 제품은 4월 말부터 판매되고 있다.
‘푸아종’ ‘아쿠아디지오’ 등을 만든 조향사 에두아르 플레시가 앙드레 김의 독창적인 ‘7겹 드레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앙드레김 오드투왈렛’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7가지 다른 향이 난다. 3월부터 판매되고 있다.
안나 수이의 4번째 여성용 향수 ‘돌리걸’은 단발머리 소녀의 두상을 본뜬 분홍색 패키지가 귀엽다. 라스베리, 멜론, 사과 캔디를 한꺼번에 씹어 먹는 것 같은 상큼한 향이 특징. ‘여성을 유혹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하며 섹스에 과감한 남성이여, 당신과 그녀를 위해 사용하세요, 밤낮을 가리지 말고!’라고 주장하는 캘빈 클라인의 남성용 향수 ‘크레이브’는 관능적인 향이다. 6월 한정품으로 출시되는 ‘CK1 그래피티’는 캘빈 클라인과 향수병 디자이너 파비엔 바론이 그래피티(낙서) 예술가 에스포, 퓨트라, 델타를 초빙해 만든 제품. 세 사람의 낙서를 병 표면에 그려 넣었다.
6월 시판 예정인 장 폴 고티에의 여성용 향수 ‘클래식’의 병 표면에는 그가 최근 기성복 라인에서 즐겨 사용하는 나비의 모티브가 사용됐다. 만다린, 오렌지, 바닐라향이 난다.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는 35세 전후의 도시 남성’이 타깃인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서틸푸어옴므’는 진저, 앰버향이 잔향으로 남아 시원하다. 터키 그린색과 푸른 물빛으로 병을 꾸민 이세이 미야케의 남녀 여름용 향수 ‘수플르 디세이’는 5월 시판 예정. 샤넬의 로맨틱한 여성용 향수 ‘샹스’와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관능적인 여성용 향수 ‘센시’, 폴로 랄프로렌 ‘블루’도 모두 최근 출시된 향수들로 봄, 여름에 사용하기 적합하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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