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윤대성 페스티벌-이혼예찬’ 연극 3편

  • 입력 2003년 5월 6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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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성 페스티벌-이혼예찬’ 중 ‘두 여자 두 남자’ 사진제공 극단 신화
‘윤대성 페스티벌-이혼예찬’ 중 ‘두 여자 두 남자’ 사진제공 극단 신화
인간에게는 남에게 보이지 않는 삶이 있다. 그리고 대개 그 경계는 ‘가정(家庭)’이다. 가정을 울타리로, 그 안의 삶과 그 밖의 삶이 나누어진다. 사회에서 만난 지인은 집안의 속사정을 모른다. 아내(또는 남편)는 남편(또는 아내)의 사회 생활을 알지 못하거나, 또는 일부러 모른척한다. 사람들은 ‘평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가정 안팎의 삶을 구분 짓는다.

2일 막을 올린 ‘윤대성 페스티벌 - 이혼예찬’은 다른 가정의 ‘속사정’을 엿보는 이야기 3편으로 구성돼있다. 관객이 마치 남의 일처럼 들여다보는 가정사는 어쩌면 관객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3편의 연극은 한결같이 중년 부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로의 갈등을 표현한다.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고부간의 갈등이나 남편 또는 아내의 외도는 ‘부부의 이별’이라는 주제를 부각시키는 도구다.

남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갈등의 ‘해결책’은 다양하다. 이혼에 합의하거나(두 여자, 두 남자·정일성 연출), 이혼을 당하고 다른 여자와 살거나(이혼의 조건·정진수 연출), 또는 이혼을 하지 못해 죽음을 택하거나(당신,안녕·김영수 연출).

연극 3편을 하루에 올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다. 연극 3편을 하루에 감상하는 것도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러나 연극 3편을 이어 보는 동안 관객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같은 소품을 사용해 ‘장면의 변화가 없는 공간(두 여자, 두 남자)’에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양한 공간(이혼의 조건)’으로, 다시 ‘사후 세계까지를 표현하는 몽환적인 공간(당신, 안녕)’으로 이어지는 변화를 이끌어낸 무대 디자인에서 연극을 이어서 보는 즐거움을 발견한다. 연극 3편이 한 작가의 ‘페스티벌’이라는 형식으로 선보인데는 일관된 주제와 함께 이를 표현해내는 무대도 한 몫을 한다.

3편의 연극을 각기 다른 연출자가 만들었으면서도 모두 TV드라마를 연상시킨다는 공통점도 보인다. 이는 ‘생동감’을 목표로 하는 소극장 연극에서 어딘지 아쉬움을 남긴다. 아마도 연기(행동)보다 장면 변환과 대사에 비중을 둔 원작에서 기인한 듯. 하지만 정상철, 홍유진, 윤여성, 성병숙, 박기산, 전무송, 이혜경 등 중견 연기자들은 ‘치고 받는’ 대사의 묘미를 농익은 연기로 표현해 약점을 극복한다. 11일까지.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편당 관람료 2만5000원. 3편 동시 관람료 5만원. 02-923-2131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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