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생존(適者生存)이라는 말은 자연계에 힘의 논리가 작용함을 암시한다. 힘세고 이기적이며 폭력적인 개체는 살아남아 후손을 널리 퍼뜨리고, 평화주의적인 개체는 자연선택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책은 집단 속의 평화와 공생 역시 적자(適者)의 조건이며, 집단 내의 평화야말로 ‘살아남기’의 조건임을 보여준다.
사바나 개코원숭이의 수컷은 힘으로 지배권을 행사하고픈 욕망을 보이지만 암컷들은 평화주의적인 수컷을 선택한다. 결국 폭력적인 수컷은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사자들은 모든 어미가 모든 새끼를 돌본다. 남의 새끼에게도 공평하게 젖을 준다.
이에 따르면 ‘짐승 같은’이라던가 ‘정글의 법칙’이라는 표현은 수정되어야 하며, ‘인간적인’이라는 형용사도 뜻이 바뀌어야 할지 모른다. 동물 공동체에 있어서도 이타주의와 평화애호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
그러나 ‘동물의 이타주의’를 소개하기 위해서만 이 책이 쓰여진 것은 아니다. 저자는 동물의 섹스, 모성, 재난방지 등을 소개하며 인간과 동물의 경계짓기를 허문다. 패배를 인정한 적을 죽이지 않는 나일악어, 암벽타기 교육에 대한 섬세한 교육법을 가진 산양 등의 사례를 통해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는 특징들 중 인간만의 고유한 것은 실제로 거의 없다’고 강조하는 데 이 책의 또 다른 목적이 있다.
동물의 사회생활 및 인간과 유사한 행동특성에 대해 설명한 책으로 이 책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은 200여종의 동물과 150명 학자의 연구를 다양하게 엮어 한층 총체적인 지식을 제공한다.
원저(原著)가 간행된 지 10년이 가까운 탓에 오늘날 이 책에 수록된 이론들이 여러 반론을 허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회생물학에 있어서 10년은 긴 시간이다. 이 때문인지 출판사측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이 책에 대한 최신의 비판적 견해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은 보도자료보다 책 본문에 별개의 장으로 소개하는 편이 나았을 듯싶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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