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0세 정년에 5년 앞서 물러나는 서울 서초구 사랑의 교회 옥한흠 목사(65)의 퇴임이 교계 안팎에서 잔잔한 화제를 낳고 있다.
사랑의 교회가 4일 세례신자 1만2074명을 대상으로 ‘옥 목사의 원로목사 추대(은퇴)’와 ‘후임 목회자로 오정현 목사(47) 청빙’에 대해 투표를 실시한 결과 모두 96% 이상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최근 세습 등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일부 대형교회와는 달리 사랑의 교회는 신자를 후임자 선임 절차에 참여시키는 등 후임자 선출에 모범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맡고 있는 오 목사는 8월 중순부터 옥 목사와 함께 목회를 하고 12월 21일 이취임식을 가질 예정.
옥 목사는 5년 일찍 은퇴하는 데 대해 “인간적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교회를 우선순위에 놓고 생각하면 지금 물러나는 것이 사랑의 교회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재 사랑의 교회가 옥 목사 체제 아래 절정기에 달했지만 그가 계속 목회를 하면 ‘현상 유지’는 할 수 있어도 ‘새로운 도약’을 할 수는 없다는 것. 그는 이미 2001년 7월 당회 때 65세 조기은퇴를 발표해 당회의 동의를 얻었고 같은 해 8월 당회 때는 오 목사를 후임으로 거론했다. 또 1700명의 교회 내 순장들에게 오 목사 청빙 취지를 설명하는 편지를 보내 동의를 구했다.
그는 또 대형교회의 세습에 대해 조심스러운 말투로 “그런 식으로는 신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감동’을 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1986년 설립돼 현재 2만1000명의 신자가 다니고 있는 사랑의 교회는 ‘제자훈련’이라는 선교 방식을 도입해 큰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오 목사도 제자훈련을 통해 성장한 인물. 옥 목사는 은퇴 후 국제제자훈련원에서 ‘제자훈련’ 사역에 열중할 예정이다.
오 목사 역시 미국에서 제자훈련 방식을 도입해 남가주 사랑의 교회를 신자 6000명이 넘는 큰 교회로 부흥시켰다. 40만개 미국 내 교회 중 100위 안에 드는 규모.
오 목사도 잘 운영되는 교회를 등지고 사랑의 교회로 오는 것은 부담되는 일. 오 목사는 “청나라 옹정제가 맹자를 평하며 썼던 ‘수선대후(守先待後·선대의 뜻을 지켜 후대를 키운다)’라는 말처럼 옥 목사가 사랑의 교회에서 닦은 하나님의 영광을 다음 세대에 발전적으로 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