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가 집을 나갔다
…언제
형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고 언제 돌아올지도 모르고 해서 형수하고 둘이서 동사무소에 사망신고 하러 갔었다 그때 호적 보고 형수를 파낸 걸 알고 다음날 아침부터 안 보였다
딸들은?
있다
아이고 딸을 둘이나 그냥 내버려두고
…미옥이하고 같이 역 앞에 있는 형수네 친정에 가서 형수 어디 있는지 물어봤지만도 가르쳐 줄 수 없다 카더라
모르는 게 아이고 가르쳐 줄 수 없다고 했다고
밀양에는 없다고 하더라
동생은 입술을 꽉 깨물고 어린 사내아이처럼 고개 숙이고 신코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선물한 운동화가 아니다 발이 훌쩍 큰 것이다 나보다 커 보이니까 12문쯤 되려나 육상 선수로서의 내 미래는 이미 닫혔지만 동생은 아직 열일곱이다 2년 후 만약 전쟁이 끝나 있다면 5천과 1만에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아니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살아 계실 적에도 효도를 못했는데 임종 때까지 천하의 불효를 하다니 그런데 전혀 현실감이 없다 낯익은 풍경에서 소외되어 아니다 이 풍경 자체가 소외돼 있는 것 같다 현실은 윤곽과 색채를 잃었고 모든 감정도 박탈되었고 생의 의미조차 소멸되고 말았다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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