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지어, 수정액, 발로 여는 쓰레기통, 커피메이커, 식기세척기….
흔히 여성이 사용하는,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물건들. 발명자가 여성이라는 점도 공통된다. ‘필요가 발명을 낳은’ 경우다.
매리언 도노번은 1951년 1회용 기저귀 특허를 받았으나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번번이 상품화 제안을 거절당했다. 그는 자비로 기저귀를 제작해 가게에 납품했고, 남성 제조업자들의 예상과 달리 기저귀는 그를 백만장자로 만들었다.
그러나 여성들이 가정용 물건만 만들어왔다고 생각하면 여성 발명가들에 대한 실례가 될지도 모른다. 1905년부터 1920년까지 미국 여성들은 이미 제조 건축 운송 분야에서 수백가지의 특허를 얻어냈다. 여성의 교육과 사회활동 기회가 확대될수록 특허 건수도 늘어났고 특히 화학과 생화학 분야의 특허가 두드러졌다. 어린이 백혈병 치료제, 식품 밀봉포장법, 레이저 백내장 수술 등도 여성의 작품이다.
특히 컴퓨터 분야에서 선구적 업적을 남긴 여성들은 그동안 공로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1841년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든 에이다 바이런, 최초의 컴파일러를 개발한 그레이스 하퍼,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 개발에 참여한 6명의 천재 수학자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를 준다.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비디오게임의 본격적인 역사도 여성에 의해 열렸다. 텍스트 기반의 어드벤처 게임에 싫증난 로버타 윌리엄스는 그림이 들어간 게임을 구상해 프로그래머인 남편과 공동 작업에 들어갔다. 1980년 완성된 세계 최초의 그래픽 기반 컴퓨터게임 ‘미스터리 하우스’는 빅 히트를 쳤다.
책의 끝부분에는 특허를 받는 방법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자기 발명품으로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우에만 특허를 받으라’ 등 실용적인 정보도 들어 있다.
이야기식으로 쉽게 서술돼 있으나 발명품 자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영문 표기 중 오자가 자주 눈에 뜨인다. 원제 ‘Patently Female’.
조경복기자 kath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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