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철학소설 ‘소피의 세계’가 성공을 거둔 이후 소설 형식의 ‘이야기 그물’에 철학 과학 등의 기본 지식을 얽어맨 청소년용 ‘학문소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그러나 태반은 줄거리 구조가 성글어 집중하고 따라갈 수 없거나, 딱딱한 지식을 소설 체제에 덧붙인 데 불과해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수학을 재미있게 풀어낼 목적으로 쓰인 이 책은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구조에 흥미로운 문제풀이 과정을 엮어 사뭇 재미있게 읽힌다. ‘두뇌 체조’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도 권할 만하다.
주인공은 ‘쉬지 않고 셈을 하는’ 베레미즈. 수행하던 중 길을 가던 ‘나’의 눈에 띄어 함께 모험을 떠난다. 여행 중 만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며 유명인사가 된 그는 끝내 명예와 아름다운 여인의 사랑까지 얻어내고 만다.
본문에 나오는 문제 하나. 카이로인에게 50디나르를 빌려주었다. 그는 처음 20디나르를 갚아 30디나르가 남았다. 두 번째에는 18디나르를 갚아 12디나르가 남았고, 세 번째에 3디나르를 갚아 잔액은 9디나르. 마지막으로 남은 9디나르를 갚아 잔액은 비로소 0이 됐다. 이제 덧셈을 해보자. 카이로인이 갚은 돈은 20+18+3+9디나르이므로 합계 50디나르. 그런데 잔액을 더하면 30+12+9+0이니까 합계 51디나르가 된다. 1디나르의 착오는 어디서 생겼을까?
답을 알기 전에 이 책의 흠을 잡자면, 문제들이 수학의 다채로운 영역을 다루지 못하고 대부분 1차방정식이나 분수 셈의 차원에 머무른다는 점. 그러나 이런 1차적 셈법들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착오들과 연관돼 있어 더욱 흥미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앞 문제의 답:잔액의 합은 의미가 없다. 만약 카이로인이 처음 40디나르를 갚고 두 번째에 남은 10디나르를 마저 갚았다면 잔액의 합은 10+0, 10디나르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갚은 돈의 합계’와 각 단계의 ‘최종 잔액’일 뿐 ‘잔액의 합계’가 아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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