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대관령박물관 홍귀숙(洪貴淑·68·여) 관장은 16일 평생 모아 자신의 박물관에 소장해 온 수백억원대의 국내 유물 1854점을 조건 없이 강릉시에 기증했다.
이날 오후 강릉시내 호텔에서 유물 기증식을 가진 홍씨는 만 10년 전인 93년 5월15일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구(舊)영동고속도로 중턱에 사설 대관령박물관을 열었다. 이때 그는 “이제 이 유물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라 내 손을 떠났다”며 사회 환원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홍씨는 홀몸으로 60년대 초부터 유물을 수집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그는 처음에는 용돈을 모아 한 점씩 골동품을 수집했으나 나중에는 물려받은 가산을 쏟아 부었고, 서울에서 골동품 가게를 열면서 본격적인 수집 작업에 나섰다.
“유물 한 점을 모으면 방안에 앉아 차를 마시며 혼자서만 즐거워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혼자 보는 것이 두려워졌습니다.”
조상들의 유물을 쌓아놓고 보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이번에 기증된 대관령박물관의 소장품은 통일신라 때의 석조미륵불상을 비롯해 청자 백자 장신구 서예작품 등 구석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값을 따질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강원대 박물관 관계자는 “홍씨가 기증한 유물은 발굴 장소와 연대 등 이른바 유물 호적(戶籍)을 정확하게 밝히기는 어려우나 수백억원대의 가치가 있다”며 “평생 모은 유물을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한 점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강릉=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