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장소를 상관하지 않고 노면이 평평하기만 하면 어김없이 신발 굽에 달린 직경 3.8㎝의 휠(바퀴)로 ‘쭈욱’ 미끄럼(힐링)을 탄다. 속력을 내볼까 마음먹으면 시속 40∼50㎞ 정도까지 가능하다.
이들이 신은 ‘바퀴신발(힐링슈즈)’은 2000년 12월 미국의 힐리스사(社)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보통 ‘힐리스’라고 불린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과 홍콩 등지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 소개된 것은 2002년 1월. 현재까지 50만∼70만 켤레가 팔렸으며 10여종 이상이 나와 있다.
바퀴신발은 대형 할인점과 인터넷 쇼핑몰은 물론 동네 문방구에서도 판매 중이다.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5만원에서 20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현재 인터넷에 개설된 바퀴신발 동호회만 어림잡아 500여개. 한 동호회는 회원만 4만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바퀴신발 열풍이다.
바퀴신발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장비와 복장 없이 아무데서나 레저를 즐길 수 있다는 것. 힐링을 하다 보면 평소 쓰지 않는 종아리 근육 등에 어느 정도 운동 효과가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바퀴를 수시로 넣었다 뺄 수 있어 일반 신발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의학자들은 바퀴신발을 탈 때 신중할 것을 권한다. 의학자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안전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 인라인스케이트가 레저용품으로 인식돼 헬멧과 무릎, 손목, 팔목 보호대 착용을 요구하지만 바퀴신발은 신발로 인식돼 대부분 아무런 보호장구 없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레저용품과 달리 제동장치가 없어 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큰 사고가 나거나 바퀴가 빠질 수도 있다.
의학자들은 “앞발을 7∼9㎝, 뒷발을 2∼3㎝ 정도 들어 힐링을 하다 보면 무게 중심이 뒤쪽으로 옮겨지기 때문에 뒤로 넘어질 수가 있으며 이 경우 머리를 다칠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운동 후에 신발을 벗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신발 굽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 바퀴를 장착하면 굽의 높이는 5∼6㎝에 달한다. 따라서 바퀴를 장착한 채 걸어 다니면 항상 뒷발을 어느 정도 든 채로 보행하는 꼴이 된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하이힐을 신었을 때 허리가 S자 형으로 휘는 ‘요추전만증’과 무릎관절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바퀴를 제거해도 신발 굽 높이가 3.5∼4.5㎝가량 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신발로는 무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 밖에 바퀴의 재질이 딱딱하기 때문에 발이 바닥에 닿을 때 일반 운동화보다 충격 흡수가 덜 된다. 발바닥에 충격이 전달돼 무릎과 허리가 손상될 가능성이 있다.
의학자들은 따라서 바퀴신발을 ‘신발’이 아닌 ‘레저용품’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라인스케이트처럼 운동할 때만 신고 운동이 끝나면 다른 신발로 갈아 신으라는 것.
또 노면이 울퉁불퉁한 곳이나 젖은 곳은 피하고 반드시 보호장구를 착용할 것을 권한다.
의학자들은 “이런 원칙을 지키면 하루에 1∼2시간 정도 힐링을 즐겨도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힐리스의 국내 총판 E사는 이에 대해 “뒷바퀴를 쉽게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며 제품 포장박스에 ‘보행 중에는 바퀴를 제거해라’는 안내 문구를 삽입했다”고 밝혔다.
(도움말=서울대 의대 재활의학과 방문석 교수,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문재호 교수, OSS 족부클리닉 옹상석 원장)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바퀴신발 체험기▼
바퀴신발의 열풍을 기자가 체험해 보기로 했다.
실험은 15일 오전 서울 양천구의 한 스포츠용품 가게에서 이뤄졌다. 실험용 신발은 9만원 대의 중급 제품이었으며 바퀴 보관 주머니가 따로 준비돼 있었다.
기자는 여느 힐링족과 같은 조건으로 바퀴신발을 타기 위해 몸에 보호장비를 차지 않았으며 동호회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공지한 주의사항을 최대한 따랐다.
▽착용감=바퀴를 장착하지 않았을 때는 일반 운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전체적으로 밑창이 두꺼워 굽이 높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종의 통굽 신발을 신은 기분이었다.
보통 밑창이 두꺼우면 걸을 때 다리에 많은 힘이 들어가게 돼 발이 쉽게 피곤해진다. 발 관절의 움직임도 적어져 전신 피로와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너무 오래 신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퀴를 장착했을 때는 다소 묵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발을 신은 채 바닥에 몇 번 쿵쿵 쳐봤다. 바퀴가 딱딱해서인지 발 뒷바닥에 전해지는 충격의 강도가 확실히 일반 운동화의 몇 배는 될 듯했다. 걸을 때도 바퀴가 가장 먼저 바닥에 닿아 불편했다. 신발로 이용할 때는 반드시 바퀴를 뺄 것을 권한다.
▽힐링=초보라서 그런지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이용한 힐링은 무리였다. 한 발로 쭉 미끄럼을 탔는데도 바로 휘청거렸다. 동행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두 발을 동시에 이용해 5m 정도 미끄럼을 탔다.
힐링 방법 설명에 있는 대로 엉덩이와 무릎, 발끝을 단단히 고정하고 천천히 전진했다. 처음엔 다소 힘들었지만 몇 회 정도 반복했더니 혼자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바로 넘어졌다.
힐링을 하느라 발의 앞쪽을 들어올려서 그런지 종아리 앞쪽이 뻐근했다. 그리고 긴장 탓인지, 온 몸에 힘을 준 때문인지 허리가 다소 결리는 듯했다. 초보자들은 힐링 전에 준비운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도를 많이 낼 수 없었기 때문에 멈추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렇지만 속도를 냈을 경우 정지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분 정도 탔는데 벌써 이마에 땀이 맺혔다. 가게 주인은 “의외로 운동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보호 장구 없이 탔다간 큰 일 난다”며 “특히 아이들은 반드시 보호장비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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