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돼, 8000원이나 하잖아.”
3일 개장한 서울 교보문고 강남점 어린이책 코너 ‘키즈가든’. 네다섯살 난 여동생이 인형옷 입히기 스티커북을 집어들고 엄마를 조르자 예닐곱살 난 언니가 말린다. 글자가 많고 두고두고 읽힐 만한 책을 고르는 엄마의 취향을 일찌감치 간파한 언니의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어린이책 코너에서 워크북을 둘러싸고 심심찮게 벌어지는 광경이다. 워크북이란 스티커붙이기, 접기, 오리기, 그리기, 역할놀이 등을 통해 학습능력을 길러주는 책을 말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의 인지발달에는 관심이 많지만 워크북하면 1회용 놀이라는 생각에 선뜻 사주지 않는다.
그러나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노경선 교수(정신과)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원하는 책이 있다면 아이의 뜻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아이에게 먼저 이렇게 놀자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노는 것을 가지고 같이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게 훨씬 교육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영유아기의 뇌는 시공간개념을 파악하는 우반구가 우세하고 논리나 언어능력을 관장하는 좌반구는 만 두살 반 정도에 우반구와 동등한 수준이 되는데 이때 스스로 느끼고 경험하고 배우도록 해야 인지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노 교수는 말한다.
최근에는 어린이책에도 워크북 기능을 도입해 아이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또 아예 유아의 정서와 지능에 맞게 체계적으로 구성한 워크북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출판사의 ‘스티커왕국’은 만 2∼5세를 대상으로 한 단계별 스티커 학습놀이 프로그램. 여러번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스티커로 한글 숫자 생활습관 등을 공부하도록 고안됐다. 다섯수레의 ‘스티커놀이방’이나 새샘의 ‘단계별 스티커북’ 역시 놀면서 공부하도록 만들어진 워크북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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