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에 만나는 시]'항상 난 머뭇거렸다'

  • 입력 2003년 5월 23일 17시 20분


사람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힘의 원천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과거로부터 얻는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꿈꾸는 미래의 힘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불행했던 날들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현실 속에서 불행했던 과거와 문득문득 맞닥뜨리게 되는 자들은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의식이 어두운 기억에 의해 제어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들의 과거 회상은 행복하게 살아온 자들의 그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그들 역시 자주 과거를 돌아보지만 과거 지향적인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가장 매력적인 시의 힘은 우리를 스스로 사고하게 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조금만 더 잡고 있어 보자.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불행했던 자들의 과거 회상은 세월이 흘러도 아프고 처연하다.

그들은 모든 것을 잊고 활짝 웃지 못한다. 수없이 반복되는 그런 과정 속에서, 어쩌면 애초에 타고난 그릇이 달라서, 극소수의 존재들만 자신을 위협했던 대상을 즐기며 정신세계를 넓혀간다. ‘바위와 소나무’가 바로 그런 의식 세계 속에 있는 시이다.

죽음과 다를 바 없는 상황. 그로 인해 깊이 상처받은 자기 자신의 존엄성을 깔고 앉아 꼿꼿하게 몸을 세우는 자들이 현실 속에는 곳곳에 있을 것이다.

자연이라고 해서 무엇이 다르겠는가. 척박하다 못해 생명의 에너지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바위 위에 선 나무와 그 나무가 이고 있는 매정한 하늘을 보라. 그러나 시인은 불행의 근원인 바위조차도 나무를 지탱시켜 주고 삶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하는 뿌리로 보고 있다. 젊은 날의 좌절에서부터 생겨 이접된 존재의 정신적 뿌리로. 결코 삶을 메마르거나 황폐하게 만들지 않을 깊고 거대한 뿌리로.

조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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