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나 관광명소, 인천공항 등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서울의 새 슬로건이다. 서울시는 이 슬로건을 널리 알리기 위해 24일 ‘제1회 하이 서울 페스티벌(Hi Seoul Festival)’을 개최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슬로건에 대한 필자의 솔직한 느낌은 좀 민망하다는 것이다. 필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이 슬로건이 뽑혔을 때 영자신문 등에서 거부반응이 많았다. 그런 반응은 한국인 중에도 있는 것 같다. 왜 그럴까? ‘Hi Seoul’은 슬로건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인사다. 인사라고 해도 조금 어색하다. 보통 “Hi Seoul”(서울아 안녕)과 “We are Seoulites”(우리는 서울시민) 문구가 같이 쓰이는데, 누가 누구에게 인사하는 것일까?
캐나다에 갔는데 “Hi Canada, We are Canadian”이라는 슬로건이 있다면 상당히 어색하지 않겠는가. ‘Seoulites’라는 말도 한국인뿐 아니라 영어권 사람들에게 아주 어색하다. 만약 서울시민들이 세계를 환영한다면 “Hi Seoul”보다는 “Hi World”나 “Welcome to Seoul”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Hi Seoul’을 채택한 이유 중 하나가 ‘Hi’가 ‘High’와 발음이 같아서라고 들었다. 과연 영어권 사람들이 이렇게 연상할까? 영화배우 안성기씨 이름을 듣고 성기를 생각하거나 록그룹 ‘자우림’에 열대우림을 연결해 생각을 펼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친숙하고 단순한 표현들은 그냥 그 이름 자체로 받아들여진다. ‘hi’는 ‘high’로 연결되기보다는 평상시 인사로 이해되기 쉽다.
다른 나라나 도시들은 어떨까? 말레이시아는 ‘Malaysia:Truly Asia’, 뉴질랜드는 ‘New Zealand:100% pure’,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Ontario:Yours to Discover’, 뉴욕은 ‘I Love New York’이다. 이런 슬로건은 자주 들어 익숙해진 탓도 있지만 ‘Hi Seoul’보다 훨씬 창의적이다. 서울의 슬로건을 좀 더 창의적으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Seoul의 발음은 Soul(마음)과 같다. 물론 영어식 발음이지만. 이것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표현이 많이 있을 것 같다. ‘Seoul:the Heart of Asia’라는 표현은 어떨까. 아시아의 마음, 즉 아시아의 중심인 서울. ‘Hi Seoul Festival’ 슬로건이 ‘Open Your Seoul’이다. 차라리 이 슬로건이 더 창의적이지 않을까.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특징을 살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대외 홍보물, 특히 영문 홍보물에는 한국적 표현 일색이다. 내국인보다는 외국인을 위한 것일 텐데 말이 안 되는 표현과 틀린 철자가 너무 많다.
문화나 언어가 다른 외국인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때, 전달방법이 옳은지 그른지, 어떻게 하면 쉽게 전달할 수 있는지 한 번 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약력 ▼
197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몬트리올의 콩코르디아대에서 영문학을 전공. 1997년 한국에 와 현재 성균관대 어학원 강사로 근무 중. 주말마다 관악산 북한산 등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게 취미.
론 샤프릭 성균관대 성균어학원 강사 ronschafrick@hotmail.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