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는 대표작으로 이름을 남긴다. 권오일의 ‘세일즈맨의 죽음’과 임영웅의 ‘고도를 기다리며’ 등, 한국 연극을 이끌어온 연출가들의 대표작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3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극단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극단 대표 임영웅(69)씨의 대표작이자, 산울림의 대표작이다. 임씨는 작가 새뮤얼 베케트(1906~1989)가 노벨상을 수상하던 1969년에 한국 초연무대를 가진 이후 계속 연출을 맡아왔다. (02-334-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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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가 국내에서 ‘고도…’를 올리는 것은 이번이 15번째다. 그는 이 작품으로 한국 연극계에 ‘현대극’, ‘부조리극’의 출발을 알렸다. 그가 ‘고도…’를 자주 무대에 올리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산울림 소극장을 개관하면서부터. 임씨는 “이 연극을 산울림 극장의 대표적인 ‘레파토리’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그가 연출한 ‘고도…’는 1989년 프랑스 아비뇽 연극제 참가에 이어 이듬해 베케트의 고향인 아일랜드 더블린 연극제에도 초청돼 현지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이후 폴란드와 일본에서 공연을 가졌다. 그는 이 작품에 애정을 쏟는 이유에 대해 “몇 차례를 올려도 그 때마다 새롭게 느껴질 정도로 작품이 좋아서”라고 대답했다.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는 연극이라는 설명이다.
극단 성좌는 권오일(72)씨의 연출로 ‘세일즈맨의 죽음’을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에서 6월1일까지 공연한다.(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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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밀러(1915~)원작의 ‘세일즈맨…’은 20세기 리얼리즘(사실주의) 연극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 권씨는 1984년 이후 이 작품만 다섯 번째 연출한다. 그의 작품에서는 주인공 윌리 로먼 역으로 연극계를 대표하는 남자 배우들이 출연했다. 전무송(1984, 1988년) 윤주상(1991, 1994년)에 이어 이번에는 이호재씨가 3대 윌리로 나와 각박한 세상에 배신당한 힘없는 아버지를 연기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TV에서 활동중인 전양자씨가 24년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했다.
권씨는 1969년 극단 성좌를 창단한 이후 고집스럽게 ‘리얼리즘’ 연극만을 고수해온 연출가. 그는 “재주가 없어 리얼리즘 연극 밖에는 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1983) 연출상(1984), 대한민국 예술대상(1990) 수상 등의 발자취를 보면 지나친 겸사인 셈이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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