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작 ‘두 개보다 많은…’ 존재의 모호성 춤으로
늦봄에 찾은 연습실의 열기는 한여름보다 더 뜨거웠다. 구슬땀을 흘리며 몸을 흔드는 무용수들은 자신도 잊은 채 춤에 몰입해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살아있다”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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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가이자 안무가인 홍승엽(41)이 이끄는 현대 무용단 ‘댄스 씨어터 온’의 신작 ‘두 개보다 많은 그림자’는 그가 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존재의 정체성’을 주제로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 중에서도 존재의 다중성과 모호성에 초점을 맞췄다.
홍승엽은 이 작품의 모티브를 그림자에서 찾는다. 여러 각도에서 비추는 조명에 따라 생기는 많은 그림자를 보며 ‘다중인격’의 힌트를 얻었다는 것. 그는 한 가지로는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자아를 찾는 작업을 통해 삶의 모호함과 불확실성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그는 “춤을 통해 모호한 삶의 모습을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발표 때 마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시킨다’는 평을 들어왔다. 이번 공연도 녹녹치 않은 주제를 ‘재미’로 승화시켰다. 흑백의 모자이크 무대위에 펼쳐지는 고릴라 가면을 쓴 무용수들의 춤에서 유머가 묻어난다.
홍승엽은 안무가 뿐 아니라 무용가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무대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나 개인보다 작품과 단원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변이다. 6월6~7일 6시. LG아트센터. 2만~3만원. 02-2005-0114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 안은미-‘어어부 프로젝트’ 춤과 노래 공동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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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새로운 열정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온 아방가르드 무용가 안은미(대구시립무용단 단장·40)가 지난 10년간 작업을 같이 해 온 인디밴드 ‘어어부프로젝트’와 함께 이름을 내걸고 공동무대를 마련한다.
이번 무대에선 안은미의 도발적인 무대 뒤에서 그 무대가 ‘안은미’ 다울 수 있도록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 온 ‘어어부…’가 무대 전면에 나선다. 공연은 안은미의 ‘Please(플리즈·제발)’ 연작과 ‘어어부…’의 노래 10여 곡으로 구성된다.
‘Please’는 ‘Please kill me(제발 나를 죽여줘)’, ‘Forgive me(나를 용서해 줘)’, ‘Don't cry(울지마)’로 이어지는 안은미의 솔로 춤 세 편. 그는 “차가운 서울의 병약해진 인간들을 그려 내기 위해 밝고 화려했던 그의 이전 무대와는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겠다”고 말했다. ‘Please(제발)’란 희망 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부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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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부…’는 그들의 독특한 읊조림을 담은 음악과 함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동서양의 온갖 악기들과 소품들을 활용하는 장영규(작곡·연주)의 전방위적 음악과 설치미술, 퍼포먼스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백현진(작사·보컬)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이 무대가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들도 알지 못한다. 치밀한 준비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무대 위에서의 즉흥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로 이들의 특기이기 때문이다. 6월5~6일 오후 8시, 7~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원. 02-2263-4680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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