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제를 찾아서]<5>서산 해미읍성 역사체험 축제

  • 입력 2003년 5월 28일 17시 39분


400여년전 축조된 서산의 해미읍성에서 매년 열리는 해미읍성 역사체험 축제 모습. 조선시대 포졸이 지키는 정문 진남루를 통과해 성안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모습으로 연출된 축제판이 펼쳐진다. 사진제공 배재대 관광이벤트개발연구소
400여년전 축조된 서산의 해미읍성에서 매년 열리는 해미읍성 역사체험 축제 모습. 조선시대 포졸이 지키는 정문 진남루를 통과해 성안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모습으로 연출된 축제판이 펼쳐진다. 사진제공 배재대 관광이벤트개발연구소

아직 반환되지 않고 프랑스가 갖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 297권. 1866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무력 점령한 프랑스에 의해 약탈당한 귀중한 문화재다. 병인양요는 프랑스 극동 함대의 로즈 제독이 그해 10월 16일 7척의 함대를 끌고 와 ‘척화 양이’를 내세우며 쇄국하던 대원군을 거꾸러뜨리겠다며 침략한 사건. 20여 일간 강화도를 점령하고 왕실 사고인 외규장각에서 이들 문서를 털어 달아났다.

병인양요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그 해 초 일어난 병인사옥. 천주교 금압 령을 내린 대원군이 당시 조선에 머물던 프랑스 신부 9명을 처형하고 조선인 신자를 학살한 박해 사건이다. 프랑스의 강화도 침략은 공식적으로는 이에 대한 보복 원정이었다.

● 해미읍성과 천주교 박해

1790년부터 100년간이나 계속된 조선의 천주교 박해. 크게 네 차례로 나뉘는데 가장 극렬했던 것은 병인박해(1866∼73년)다. 8000여 명이 순교하는 참극이 자행됐다. 당시 ‘천주학쟁이’에 대한 국가의 탄압은 전국적. 그 중 천주교가 일찍이 전파된 충남의 서해안이 특히 큰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의 천주교 역사는 25세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1821∼46)의 고향(당진군 우강면 솔뫼마을)이 있는 것만 보아도 그 깊이가 짐작된다. 당시 해미 현(현재 서산시 해미 읍)은 이 지역 중심지 가운데 하나. 이 지역 유일한 군사 진영(읍성)으로 장병 1500명을 거느린 최고 지휘관(영장)이 현감을 겸직해 다스렸다.

당시 천주교인은 국사범. 따라서 국사범 처벌 권을 가졌던 해미읍성 지휘관은 자기 마음대로 천주교인을 처벌할 수 있었다. 해미읍성은 그 박해와 순교의 현장이다. 얼마나 심했을 까. 1791년부터 병인박해까지 이지역 순교자는 무려 3000여명(한국 천주교 추정).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도 예서 10년 옥살이 끝에 순교했다.

● 해미읍성의 역사와 내부

한국의 성은 도성 읍성 산성 행성(장성)등 네 종류로 나뉜다. 도성은 수도 방어용, 읍성은 지방 도시 방어용인데 해미읍성은 충남 서해안의 방어 기지로 축조된 석성(완공 1491년)이다. 성벽과 진남루(정문)만 원형 그대로 남아 있고 동헌 등 부속 건물은 터만 남았다. 1579년 35세의 장교 이순신이 훈련원 교관으로 부임해 10개월 근무한 기록도 남아 있다.

총 길이 1.8km의 성곽은 높이 4∼5m로 야산 하나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다. 성내는 고창읍성 낙안 읍성과 달리 텅 비어 좀 황량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천주교 박해 유적만큼은 잘 보존돼 있다. 대표적인 것은 진남루를 통과하면 오른 편에 보이는 호야 나무. 수많은 교인이 나뭇가지에 머리채를 묶인 채 모진 고문을 받았던 역사의 나무다.

● 해미읍성 역사 체험 축제

올해는 31일과 6월 1일 이틀간 열린다(오전 10시∼오후 7시). 조선시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 누구든 읍성에 발을 들여 놓으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는 것이 이 축제를 연출한 배재대 관광이벤트 개발연구소 측의 설명.

체험 공간은 △장터 △감옥(옥사와 형틀) △관아 △군영 △민속(공연) 등. 활쏘기와 운송 수단(소달구지 가마 들것) 등도 마련한다. 또 모든 진행자가 당시 복장을 갖추고 모든 행사를 실제로 벌어지는 일상처럼 운영, 전체적으로는 한 편의 드라마처럼 만들어 체험의 강도를 높인다는 것.

예를 들면 읍성 외부의 교통정리는 포졸이 맡고 읍성 경비는 군졸이 맡는다. 왁자지껄한 장터는 조선시대 그대로고 싸리를 엮어 울타리를 친 주막에서는 트래머리를 한 주모가 솥뚜껑에 지짐을 부치고 평상에 걸터앉은 손님에게 주안상을 차려낸다. 장터나 주막에서는 돈 대신 엽전(미리 교환)만 받는다. 관아에서는 육방이 각자 소임을 설명해주고 관아에서 벌어지던 일을 마당극 형식으로 펼쳐 보인다. 감옥에 가면 현령이 죄인을 문초하고 형틀에 묵인 죄수가 곤장 맞는 모습도 본다. 군영에서는 군졸의 훈련 장면이 연출된다.

● 여행 정보

◇찾아가기(서산) △대중교통 ①철도=장항선(서울 역 출발) 홍성 역(무궁화호 8200원) 하차. 홍성→서산 시외버스 운행(3000원) ②버스(서울↔서산)=남부터미널 출발(9회) 1시간40분, 동서울터미널 출발(3회) 2시간30분소요. 7800원. △손수 운전=서해안 고속도로∼해미IC∼해미읍, 경부고속도로∼천안IC∼21번국도∼아산∼예산∼45번국도∼덕산(♨)∼해미읍. 해미 읍내 셔틀버스 운행(1호 광장∼읍성) 예정.

◇찾아가기(서산→해미)=덕산 삽교 경유 대전행 시외버스가 하루 1회만(서산에서 오전 6시 35분 출발)운행하므로 이용에 불편.

◇정보 구할 곳 △서산시청(www.seosan.chungnam.kr)=041-660-2114, 2224 ②서산문화원(seosan.cult21.or.kr)=041-669-5050 △시외버스터미널(서산)=041-665-4808,9 △철도고객안내센터=1544-7788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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