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간담회는 장관이 기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하기보다 자신의 주장을 재확인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채워졌다. 이 장관은 기자들의 문제 제기에 시종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기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먼저 현 정부의 대미, 대북 관계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등을 둘러싸고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국민이 헷갈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장관은 “참여 정부가 정책 수행 과정에서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지 않아 임시방편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서는 “파업 돌입 시점으로 피해가 적은 5월 초의 연휴를 선택했다는 점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또 “이럴수록 언론이 균형 감각을 갖고 각 사회 단위를 소통시켜 줘야 하는데 최근 NEIS나 ‘대통령 못해 먹겠다’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발언 보도처럼 갈등을 확대하는 것은 문제”라며 언론을 탓했다.
기자가 “3개 주요신문사의 시장 점유율이 공정거래위 독과점 규정인 75%에 못 미치므로 독과점이라는 말은 틀렸다”고 하자 그는 “언론은 시장 점유율로만 따질 수 없다”고 말을 돌렸다. 이 장관은 4월 국회 문광위에서 “언론 상위 3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75%에 가깝다면 문제”라고 답한 바 있다.
논란이 가시지 않은 ‘홍보업무운영방안’에 대해서도 기자들이 우려를 표시했지만 이 장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문화부 내에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있지만 관행을 바꾸는 것이므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며 “기자들이 기획해 표적 취재하라”고까지 했다.
이 장관은 “욕먹을 각오를 하고 시작했지만 취임 100일도 안돼 너무 시비를 거는 바람에 멍들대로 멍들었다”면서도 “앞으로 내가 현명해질 것 같지 않으므로 순진하다거나 ‘또라이’ 같다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취임 직후 “언론에 관한 한 내가 노 대통령의 분신”이라며 ‘신 취재지침’을 서둘러 내놓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발언들이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도 자신이 문화부 장관에 ‘미스캐스팅 됐다’고 거듭 말했지만, 기자 역시 ‘왜 하필 이창동 감독이 문화부 장관인가’하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허엽 문화부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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