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뉴욕 맨해튼의 성 요한 성당에서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12년째 주최하는 ‘메모리얼 데이 기념콘서트’ 가 열렸다. 2000여명의 시민이 관람하고 주요 방송이 뉴스시간에 소개한 이날 콘서트의 스포트라이트는 단연 이날 처음 뉴욕필과 협연하는 17세의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유라(인디애나음대)에게 쏠렸다.
협연곡은 콘서트 첫 순서로 마련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관현악의 서주(序奏)에 이어 이유라의 활이 첫 소절을 힘차게 내리긋는 순간 객석의 긴장은 잔잔한 탄성으로 변했다. 낭랑한 음색으로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그의 연주에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었다. 19세기 ‘거장적 협주곡’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어려운 기교의 이 작품을 이유라는 익숙한 솜씨로 요리했다. 느릿한 2악장에서 길고 유연한 호흡으로 관객을 쥐었다놓았다 한 그는 빠른 마지막 악장을 분수가 솟구치는 듯한 활력과 날렵한 기교로 장식했다. 그의 활 끝이 마지막으로 허공을 찌르는 순간 객석에서는 ‘브라보’라는 함성이 곳곳에서 터졌다. 객석은 열렬한 기립박수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의 뉴욕필 데뷔를 축하했다.
![]() |
이유라는 이날 연주를 시작으로 7월까지 뉴욕필의 4개 연주회에 협연자로 나선다.
이날의 지휘자이자 지난해 인디애나음대에 들러 그의 연주를 들은 뒤 직접 협연자로 결정한 뉴욕필의 음악감독 로린 마젤은 연주 뒤 “이유라는 매우 영리한 연주자다. 빈틈없고 지적인 연주를 펼치며 주춤거리거나 주저함이 없이 모든 것을 표현한다. 한마디로 대만족”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연주를 지켜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는 “유라는 자기 나이에 성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고 이뤄냈다. 2∼3년간 자기를 잘 관리한다면 흔들림 없는 대가로서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유라는 9세 때 줄리아드 예비학교에 유학했으며 바이올린 명교사 도로시 딜레이의 ‘숨은 마지막 무기’로 평가돼 왔다. 12세 때 세계적 매니지먼트사인 ICM과 전속계약을 하고 볼티모어심포니, 클리블랜드심포니, 워싱턴내셔널오케스트라 등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다음 세대 바이올린계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미국과 유럽의 7개 도시 순회 독주회를 펼치며 활동영역을 더욱 넓혔다.
그는 “작품의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파악하고 있는 마젤이 편안하게 받쳐줘 즐겁게 연주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협연 소감을 말했다.
줄리아드 예비학교 진학 시절부터 이유라를 뒷받침하고 있는 금호그룹 박성용 명예회장은 “연주자로서의 성장에 중요한 시기임을 감안해 6월 보스턴 뉴잉글랜드음대로 학교를 옮기는 그에게 3년간 연 1만8000달러의 장학금과 항공권 제공 등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구독 11
구독 1
구독 458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