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섬이 발견된 것은 1722년이다. 발견자는 네덜란드 해군의 야코브 로헤벤 제독. 남태평양을 항해 중이던 그는 지도에 없는 외딴 섬을 발견하고는 함대를 이끌고 섬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거대한 석상들이 침입자를 노려보듯 바다를 향해 수도 없이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키가 5m도 넘는 귀가 큰 석상들이 섬을 빙 둘러 세워져 있었다. 그날이 마침 부활절(Easter Day)이어서 우리는 그 섬을 이스터라고 부르기로 했다.”
●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모아이 석상
이스터섬의 명물인 석상은 ‘모아이’로 불린다. 모아이는 모두 1000여개인데 ‘아후’라고 불리는 254곳의 제단 위에 세워져 있다. 그 중에는 높이가 20.9m, 무게가 240t에 이르는 것도 있다. 유네스코는 1995년 모아이들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모아이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누가 언제부터 왜 어떻게 이러한 거상들을 옮겨 놓았는지에 대해 학설이 분분하다. 혹자는 그 모습이 너무 기묘해서 UFO를 타고 온 외계인들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태평양에 있었다가 대지진으로 함몰하여 사라졌다는 전설상의 대륙인 무(Mu) 대륙의 유적이라는 설도 있고 초 고대 문명의 유물이라는 가설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현재로서는 폴리네시아계 원주민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폴리네시아인에게는 조상의 혼백을 받들기 위해 제단과 석상을 만드는 관습이 있었으며 4, 5세기 무렵 폴리네시아에서 이스터섬으로 건너온 원주민들이 전통적인 석상을 거대화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신관이나 귀족들은 각 부족을 지배하면서 세력을 다투었고 부족의 수호신인 모아이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수도 많아지고 크기도 커졌다는 것.
그렇다면 어떻게 덩치 큰 석상을 채석장에서 수 km 떨어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놓았을까. 이스터섬에는 모아이를 운반할 때 장단을 맞추기 위해 선창자가 부르는 노래가 예부터 전해 내려온다. 또 ‘모아이가 걸었다’는 전설도 있다. 모아이 밑바닥에 끌어당기기 쉽도록 요철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노래를 부르며 밧줄 같은 것으로 석상을 운반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설에 따르면 이때 마법사가 모아이를 걷게 하기 위해 어떤 돌을 이용해 ‘마나’라는 힘을 모았다고 한다. 지름이 75cm인 둥근 모양의 이 돌은 ‘테 피토 크라’(빛의 배꼽, 황금 배꼽이라는 뜻)라고 불린다. 신으로 숭배된 왕 호투 마투아가 붙인 ‘세계의 배꼽’이라는 이스터섬의 또다른 이름은 여기서 연유된 것이다. 섬의 또 다른 이름인 ‘라파 누이’도 ‘세상의 중심’이라는 뜻인데 프랑스령의 작은 폴리네시아 섬인 ‘라파’를 닮은 데서 유래한다.
이스터 원주민들은 모아이가 ‘하늘과 대지를 연결하고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단 위에 서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또 관광수입이 줄어들까봐 수수께끼가 영원히 풀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유적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유적과의 대화를 통해 수수께끼를 풀고 싶어하는 학자들의 탐구열과 방문 러시가 실로 대단하기 때문이다.
●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의 명소
모아이를 둘러싼 믿음과 수수께끼를 제외하면 이스터섬은 지극히 평범한 정경을 담고 있다. 섬의 인구는 약 2000명. 그중 약 600명의 토박이들이 서해안의 보호구역에 살고 있다. 칠레의 영토가 된 것은 1883년이다.
이스터섬은 자동차로 2시간이면 한바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여기 저기 기생 화산이 보이고 화산암을 쌓은 돌담이 늘어서 있어 마치 우리나라 제주도를 바라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섬 주민이 살고 있는 앙가로아 마을과 모아이 유적, 벽화 등이 주요 관광지이다. 마을은 끝에서 끝까지 걸어서 40분 정도 걸린다.
섬의 역사를 훑어볼 수 있는 이스터섬 박물관도 앙가로아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전시공간은 작지만 세계적으로 희소한 코하우 롱고 롱고(상형문자가 새겨진 나무서책)와 ‘모아이의 눈’이 전시되어 있다. 또 섬에서 출토된 무기나 생활용품, 장식품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섬 주위에 흩어져 있는 유적지를 찬찬히 돌아볼 요량이라면 렌터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호투 마투아가 상륙했다고 알려진 아나케아 해변은 섬의 북쪽에 있다. 모아이 5개가 일렬 횡대로 해안가에 늘어서서 이방인들을 지그시 바라본다. 타이티에서 운반된 코코야자 숲이 아름다운 리조트 지역이기도 하다. 모아이의 채석장으로 알려진 라노 라라쿠도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다.
유적지 중에선 최근 일본 중기 회사인 다다노의 노력으로 복구작업이 진행된 통가리키 제단이 가장 볼만하다. 높이 4m 너비 6m 길이 98m에 이르는 이 제단에는 석상 14개가 서 있다. 이 제단의 복구로 이스터 섬 사람들은 일본인들에게 우호적이다.
오래 전 이 섬에는 폴리네시아 유일의 문자언어인 ‘롱고롱고’가 존재할 만큼 ‘문명’이 있었다. 노예사냥꾼들과 제국주의자들의 검은 손에 의해 그런 문명은 거두어졌다.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할 만큼 대단한 자부심을 가졌던 이스터섬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고 선 모아이들처럼 말없이 오늘을 살고 있다.
● 찾아가는 길
한국에서 남미로 가는 직항은 없다. 미국 주요 도시에서 남미행 비행기를 갈아 타고 칠레 산티아고 공항까지 간 뒤 이스터섬행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방법(약 5시간40분)과 서울에서 출발, 도쿄와 타히티를 경유해 가는 방법(타히티∼이스터섬 5시간15분 소요)이 있다.모두 란칠레 항공(02-775-1500 / www.lanchileair.co.kr) 뿐이다.
● 기타
이스터섬에 관한 정보는 www.unesco.org/whc/nwhc/pages/doc/mainf3.htm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스터섬을 단독으로 여행하는 상품의 경우 8일짜리가 499만원, 남극 빙하와 다른 중남미 지역이 포함된 상품은 15일짜리가 899만원 정도다.문의 라틴 코리아 02-7777-321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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