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의 인상보기 희망읽기]어깨펴라, 인생이 펴진다

  • 입력 2003년 5월 29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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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경기에서 이긴 팀은 서로의 어깨를 얼싸안는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운동 경기에서 이긴 팀은 서로의 어깨를 얼싸안는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남자 중고교생들을 보면 일부러 어깨를 올려붙이듯 힘을 팍 주고 약간 팔을 벌리고 걷는 학생들이 있다. 주먹 쓰는 사람들을 속칭 ‘어깨’라고 하듯, 남에게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이다. 어깨는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의 표현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개이고 의지인 것이다.

어깨는 자신이 갖고 있는 자신감 혹은 자만심만큼 단단해진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고객의 어깨를 만져보면 얼마나 재력이 있는 사람인지, 사회적 지위가 높은지를 안다고들 한다. 나이가 많은 할머니라 할지라도 자기 몫의 재산이 있거나 당당한 발언권이 있는 사람이면 신체 다른 부위에 비해 어깨에 힘이 많다는 것이다.

자기 안의 에너지가 강한 사람은 체구가 작든 크든 어깨에 힘을 주고 팔을 약간 벌린 채로 걷는다. 공인으로서 이런 걸음걸이가 두드러졌던 사람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다. 동물로 치면 사자나 호랑이의 어슬렁거리는 걸음걸이이며, ‘나한테 걸리면 없어’라고 자신의 우월한 위상을 상대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보스기질이 강해 아랫사람이 조금만 반대의견을 내거나 공손하지 않은 태도를 보여도 기억했다가 내치는 경향이 있다.

남존여비의 전통사회에서는 여자가 광대뼈가 나오고 어깨가 넓으면 과부상이라고 했다. 어깨가 넓으면 자기주장이 강해 남편이 있어도 남편 구실을 못하거나 팔자가 세다고 보았던 것. 그러나 요즘은 여성들이 타고난 어깨만으로도 부족해 슈트 어깨 부분에 심을 넣어서라도 어깨를 살리려고 한다. 남성들과 어깨를 겨루며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작고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의 경우 어깨가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었을 때 보면 쇄골이 수평이다시피 일직선으로 뻗어있고 어깨뼈 끝 부분이 톡 튀어나온 것을 볼 수 있다.늘 미소 짓던 얼굴과는 달리 강하며 타협하지 않는 성격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깨가 넓어도 각지지 않고 동그스름한 경우는 부드러운 기질로 해석된다. 어깨가 넓다 혹은 좁다는 골반을 기준으로 판별한다. 자신의 골반보다 큰 경우 넓은 어깨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여자들의 어깨는 남자어깨 넓이의 8분의 7정도 사이즈다.

어깨는 보디랭귀지로도 많은 말을 한다. 축구나 농구, 야구 등의 팀 경기에서 이긴 팀의선수들이 서로를 얼싸안을 때 잡는 부위가 어디일까? 바로 서로의 어깨다. 동등한 자격으로 다 함께 이 일을 주도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자식들이 자라 엄마보다 키가 커도 안아줄 때면 엄마는 아들이나 딸의 어깨를 감싸고 아이들은 엄마의 등이나 허리를 잡는 경우가 많다. 등이나 허리를 잡는 사람은 자신이 포옹하는 사람에 순종한다는 의미가 있다. 연인 사이에서도 어깨를 잡는 쪽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연인의 어깨에 키스를 하는 것은 ‘당신을 종처럼 따릅니다’, ‘존경합니다’라는 심중을 나타내는 것이다.

종종 한쪽 어깨가 유난히 처진 사람을 보게 된다. 처지는 쪽이 약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상학에서는 남자의 경우 왼쪽은 타고난 것, 오른쪽은 살아가면서 만드는 쪽이라고 보고 여자는 그 반대로 해석한다. 즉 오른쪽 어깨가 유난히 처진 남성이 있다면 타고난 것은 좋은데, 살아가며 자기인생을 잘 만들지 못한 사람이라고 해석한다.

우리나라 40대 가장들의 어깨가 자꾸 처진다고 한다. 사회와 가정에서 소외되는 중년남성들의 위상을 반영한 것이다. 사회현실이 그렇다고 해서 처지는 심정으로 살다보면 어깨는 더욱 처지고 남은 인생도 처지게 된다. 중년의 남성들이여, 처지는 어깨는 긍정적 사고로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 ‘사노라면’의 가사처럼 ‘내일은 또 새로운 해가 뜬다’ 생각하고 ‘어깨를 쫙 펴고 살아야’ 노년의 인생이 펴진다.

주선희 인상연구가 joo33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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