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치매에 걸리면? 20代 “요양시설에 맡긴다” 61%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53분


한국인은 자신보다 가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부모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사업인 ‘한국 사회의 습속과 삶의 양태 연구’의 기초조사로 연세대 박영신 명예교수팀(사회학)이 5월 중순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가족의 발전이 나의 발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나보다는 가족=기혼자의 65%가 ‘모임이나 약속이 겹칠 때는 가족과의 약속을 더 우선한다’고 답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30대 남자는 66%가 가족과의 약속을 우선시하는 반면 직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40대 남자는 44%로 비율이 다소 낮았다.

또 54%의 응답자가 ‘결혼할 때 배우자는 나보다는 가족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거나 하겠다’고 답했다. 50, 60대에서는 70% 이상이 그렇게 답한 반면 20대에서는 38%만이 동의해 세대간 격차를 보였다.

▽부모는 예스, 부양은 노=10명 중 6명이 ‘결혼 후에도 중요한 일은 항상 부모와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고 69%가 ‘어렵거나 힘들 때 부모를 떠올린다’고 응답했다.

내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부모라는 응답도 63%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가 노인성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나 또는 내 가족이 모실 것’ 53%, ‘국가요양시설에 맡길 것’ 47%로 의견이 나뉘었다. 특히 20대 연령층에서는 61%가 국가요양시설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약화하는 혈족의식, 강화되는 사회의식=44%가 ‘자식을 낳아 가문의 대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95년 갤럽조사(523명 조사)에서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51%가 ‘대를 잇기 위해서’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것이다.

거주지역에 쓰레기소각장과 같은 필요한 혐오시설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56%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10년 전보다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93년 갤럽, 1200명 조사).

자녀의 학교에 촌지를 주는 비율은 젊은 세대일수록 낮아져 50대는 56%가 촌지를 준 적이 있으나 30대는 22%에 그쳤다. 95년 갤럽조사(1000명 조사)에서 ‘촌지를 주지 않으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6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촌지문화가 상당 부분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박 교수는 “한국인의 뿌리 깊은 가족중심 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의식이 가족이기주의 대신 시민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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