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술진흥재단 지원사업인 ‘한국 사회의 습속과 삶의 양태 연구’의 기초조사로 연세대 박영신 명예교수팀(사회학)이 5월 중순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 밝힌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9%가 ‘가족의 발전이 나의 발전보다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나보다는 가족=기혼자의 65%가 ‘모임이나 약속이 겹칠 때는 가족과의 약속을 더 우선한다’고 답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30대 남자는 66%가 가족과의 약속을 우선시하는 반면 직장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40대 남자는 44%로 비율이 다소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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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54%의 응답자가 ‘결혼할 때 배우자는 나보다는 가족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인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거나 하겠다’고 답했다. 50, 60대에서는 70% 이상이 그렇게 답한 반면 20대에서는 38%만이 동의해 세대간 격차를 보였다.
▽부모는 예스, 부양은 노=10명 중 6명이 ‘결혼 후에도 중요한 일은 항상 부모와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답했고 69%가 ‘어렵거나 힘들 때 부모를 떠올린다’고 응답했다.
내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부모라는 응답도 63%로 나타났다.
그러나 부모가 노인성치매에 걸리면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나 또는 내 가족이 모실 것’ 53%, ‘국가요양시설에 맡길 것’ 47%로 의견이 나뉘었다. 특히 20대 연령층에서는 61%가 국가요양시설에 맡기겠다고 답했다.
▽약화하는 혈족의식, 강화되는 사회의식=44%가 ‘자식을 낳아 가문의 대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95년 갤럽조사(523명 조사)에서 아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로 51%가 ‘대를 잇기 위해서’라고 답한 것과 비교하면 다소 줄어든 것이다.
거주지역에 쓰레기소각장과 같은 필요한 혐오시설이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56%가 수용 의사를 밝혔다. 10년 전보다 10%포인트 늘어난 것이다(93년 갤럽, 1200명 조사).
자녀의 학교에 촌지를 주는 비율은 젊은 세대일수록 낮아져 50대는 56%가 촌지를 준 적이 있으나 30대는 22%에 그쳤다. 95년 갤럽조사(1000명 조사)에서 ‘촌지를 주지 않으면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69%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촌지문화가 상당 부분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박 교수는 “한국인의 뿌리 깊은 가족중심 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런 의식이 가족이기주의 대신 시민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선미 전문위원 sunny6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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