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소년과 할아버지가 수세기 끈에 매듭을 묶으면서 나누는 얘기. 그림책이지만 초등학생이 그 의미를 새기면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소년은 끈에 묶은 매듭의 수만큼 자신이 태어나 자란 얘기를 들었지만 자꾸 다시 들려달라고 조른다. 다 아는 내용이지만 ‘그 부분’ ‘그 얘기’가 듣고 싶어서다.
여리고 허약하게 태어난 자신이 죽음을 헤치고 살아나는 장면에서 소년은 어느새 할아버지와 함께 당시 상황을 읊조릴 정도로 얘기 속으로 빠져든다. 할아버지는 운명 앞에서 두려워할 때 어둠의 산이 나타난다고 일러주지만 ‘전 영원히 어둠 속에서 살아야만 하나요?’라는 소년의 반문에서 실제로 두 눈이 멀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이미 마음으로 보는 법을 가르쳐 줬다. 그리고 사랑은 시공을 초월해 자신과 소년을 매듭으로 묶어놓을 것임을 시사한다.
빌 마틴 주니어는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문맹이었던 까닭에 글이 아니라 말로 정보를 얻었다. 그의 이야기들이 소리내 읽어주기 좋게 전개되고 시적인 리듬감까지 갖춘 것도 이 때문이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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