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음악이 흐르는 명화이야기'

  • 입력 2003년 6월 6일 17시 34분


요제프 단하우저 '피아노 앞에 앉은 리스트'
요제프 단하우저 '피아노 앞에 앉은 리스트'
◇음악이 흐르는 명화이야기/톰 필립스 지음 황혜숙 옮김/268쪽 1만6500원 예당

요제프 단하우저(1805∼1845)의 1840년 그림 ‘피아노 앞에 앉은 리스트’. 제목만으로는 언뜻 리스트가 주인공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그림의 주인공은 피아노 위의 흉상, 바로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이다. 베토벤이 서거한 지 13년째 되던 해, 그에 대한 추억을 간직한 몇몇 예술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

그러고 보니 그림 속에 등장한 예술가들의 면면이 궁금해진다. 중앙 뒤편에 나란히 서 있는 두 사람은 조아치노 안토니오 로시니(오른쪽)와 니콜로 파가니니. 문호 알렉상드르 뒤마는 남자 옷을 입은 조르주 상드와 함께 앉아 있고 그 뒤편에는 빅토르 위고가 서있다. 프란츠 폰 리스트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은 그의 연인인 마리 다구 백작부인. 한눈에도 리스트가 그의 곡 대신 베토벤의 곡을 연주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모인 사람들의 표정에서는 그들이 베토벤의 곡을 어떤 느낌으로 감상하고 있는지, 말하자면 베토벤의 곡이 얼마만큼의 흡인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단하우저는 바로 피아노 위의 흉상을 만든 작가이기도 하다.

폴 세잔 '피아노 치는 소녀'.

그림은 때로 음악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이 되곤 한다. 음악은 수많은 화가의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작품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음악가 또는 연주 장면을 표현한 명화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폴 세잔(1839∼1906)의 ‘피아노 치는 소녀’는 그림만으로는 단지 나른한 오후 한때처럼 보인다. 피아노를 치는 소녀와 그 옆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어머니. 하지만 작품에 붙은 ‘탄호이저 서곡’이라는 부제를 보면 생각이 바뀐다. 세잔은 빌헬름 리하르트 바그너의 음악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까. 세잔과 바그너를 연관시키면서 감상자는 예술의 묘한 ‘상승작용’을 느끼게 된다.

화가이자 작곡가이며 큐레이터인 저자는 ‘음악과 미술의 만남’을 다양한 각도에서 파헤쳤다. 때로는 명화 해설서처럼, 수필처럼 적어 내려간 여러 편의 짧은 글들이 그림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배경설명을 전해 준다. 저자가 소개하는 지식의 깊이를 떠나 음악과 미술 두 방면에 관한 호기심을 모두 만족시키려는 기획부터가 눈길을 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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