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대 항공사는 올 1·4분기에 총 35억6000만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라크전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승객이 크게 준 탓이다. 델타, 노스웨스트, 콘티넨털 등 거의 모두가 적자를 냈고 규모가 가장 큰 아메리칸항공(AA)은 파산설까지 나돌았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이미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단 하나 예외가 있다. 국내선 운항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만은 지난 1·4분기에 2400만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번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우스웨스트의 경영실적은 오래 전부터 다른 기업들과 대조를 이뤘다.
90년 이래 팬암 TWA 등 유수 항공사들이 잇달아 도산하는 동안 사우스웨스트는 사세를 계속 확장해 왔다. 지금 사우스웨스트는 업계 최고 수준의 순이익 증가율, 건실한 재무구조, 원만한 노사관계, 유머감각을 살린 경영 등 자랑거리가 많다. 지난 분기 사우스웨스트의 흑자는 1991년 2·4분기부터 48분기째(12년) 연속되는 흑자 행진의 연장이다.
‘너츠(Nuts!)’는 이런 사우스웨스트의 성공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설명한 책이다.
사우스웨스트는 시장 진입부터 경쟁전략을 잘 골랐다. 사우스웨스트 창업 초기 미국의 기존 국내선 항공사들은 비싼 요금을 선뜻 치르고 비행기를 탈 여력이 있는 고객만 시장으로 생각했다. 사우스웨스트는 기존 항공사들이 외면한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비행 스케줄이 안 맞거나 탑승료가 비싸서 비행기를 이용하는 데 불편해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폈다. 자동차와도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운임을 낮추고 단시간 운항에 꼭 필요치 않은 기내식이나 지정좌석제는 없애는 대신 운항 편수를 늘렸다. 운항시간을 맞추고 짐 분실 사고를 없애는 데 서비스를 집중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자동차만 타던 수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이용하면서 새로운 국내선 시장이 창출됐다. 사우스웨스트는 경쟁사들이 추종하는 경영전략 모델이 됐다.
이제 사우스웨스트의 성장은 하버드 사례연구 등 미국 경영석사(MBA) 코스에서 다루는 경영전략 사례로 빼놓지 않을 만큼 고전적 실례로 자리잡았다.
사우스웨스트는 항공사이므로 항공업계나 참고할 사례라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경쟁전략은 물론 리더십 마케팅 고객관리에 걸쳐 업종이나 규모를 불문하고 기업과 경영자 관리자들이 배워야 할 독특하고 빼어난 성공 경험과 배울거리가 많다.
두툼하지만 재미난 에피소드를 이것저것 들려주는 식으로 구성돼 술술 읽힌다.
곽해선 경영컨설턴트·SIM컨설팅㈜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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