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욕망의 진화'…'마음의 평화'가 21세기 삶의 화두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01분


소비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망이 변하고 있다.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상의 세계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면서 인간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위안’을 갈구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소비를 결정하는 인간의 욕망이 변하고 있다.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가상의 세계가 우리 곁으로 다가오면서 인간은 물질적 풍요보다는 ‘정신적 위안’을 갈구하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욕망의 진화/멜린다 데이비스 지음 박윤식 옮김/323쪽 1만3000원 21세기북스

서양인들이 쇄국으로 일관하던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들은 우리 삶을 보고 저개발국이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서양인들을 보고 상놈이라고 했다. 그들은 당시 우리가 별로 잘 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를 저개발 국가로 생각했고 우리가 물질적으로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 이후 우리는 서구적 생활과 가치관을 수용하며 물질적으로 잘 살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반면 우리 조상들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책을 읽고 아름다운 시를 짓는 것이 더 가치롭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좋은 음식과 편리한 삶을 추구하던 서양인들을 폄훼했던 것이다.

요즘 서구에서는, 특히 역사와 전통이 약한 미국에서는 물질 풍요 이후에 정말 무엇이 가치로운 삶인지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물질적으로 훨씬 잘 살게 되었지만 국민의 행복 지수는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물질적으로 매우 불행해 보이는 티베트의 행복지수가 미국보다 높다는 점은 미국인들에게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공전의 히트를 거듭하고 있는 영화 매트릭스도 편안하고 풍족한 것만이 최고의 목표가 아님을 암시한다.

지금 막 출간된 책 ‘욕망의 진화’는 물질적 풍요가 삶의 목표인 것처럼 달려온 현대인이 마음 한구석에 품기 시작한 갈등거리들이 점차 새로운 트렌드로 나타날 것임을 보여 준다. 미래학자인 멜린다 데이비스는 1996년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살고자 하는지를 밝혀내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이 책은 그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만약 우리가 2년 후, 10년 후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 정말 알 수 있다면 기업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획할 수 있고 소비자는 좀 더 만족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것을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기술, 종교, 연예오락 등 소비자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활용하여 이 질문에 답을 구하였다.

결론은 우리의 욕망이 물질적 풍요와 쾌락을 추구하던 것에서 정신적 안락감과 형이상학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상세히 다섯 가지 트렌드로 정리해 내고, 마케터는 소비자의 고민과 정신적 고통을 해결해 주는 치유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마무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물질주의에 휩싸여 돈을 많이 벌고 좋은 집을 사는 것에 집중해 왔던 우리에게 진정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또 성능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을 목표로 해 왔던 우리에게 고객에게 주어야 할 것은 제품이 아니라 마음의 안락과 평화로운 삶임을 느끼게 만든다. 나아가 정신적 성숙의 가치를 망각해 온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어떤 사업이 유망할지, 미국 등 물질주의로 달려온 나라에는 우리의 문화적 전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많은 아이디어를 준다.

김형준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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