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멋]참치성찬 '참치 라이브쇼'

  • 입력 2003년 6월 9일 16시 21분


《꼭 송아지 한 마리를 무대에 올려놓은 듯했다. 길이 1m, 무게 60kg의 대형 참치는 가로로 길게 두 동강이 나 있었다. 검은색 껍질이 아니었다면 쇠고기로 오해할 만큼 덩치가 좋았다. 참치 주위로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송아지만한 생선은 여간해서는 보기 힘들 터. 참치 전문점 사장도 부위별 참치 고기만 다뤄왔기에 생어(生魚)는 처음인 듯했다.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바다의 날(5월31일)을 기념해 ‘참치 라이브쇼’가 열렸다. 시가 100만원짜리 대형 참치를 해체하기도 하고, 각종 참치 요리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한국원양어업협회의 장경남 회장은 “일본 수출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참치 소비를 늘리기 위해 이 같은 행사를 준비했다”며 “참치는 횟감뿐 아니라 나들이용 간편 요리로도 그만”이라고 말했다.》

○아가미 밑살이 가장 맛있어요

요리사의 얼굴에 땀방울이 돋았다. 냉동된 참치를 톱으로 써는 모양이 꽤 힘들어 보였다. 부위별로 잘려진 참치는 단상 앞에 나란히 배열됐다.

“일반인들이 먹기에는 뱃살이 최고죠. 가장 기름기가 많이 모여 있어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부지런히 참치를 부위별로 해체하던 사조참치전문점 이동규 실장이 입을 열었다. 동물도 배 쪽에 살이 붙은 삼겹살이 맛있는 것처럼 참치도 뱃살이 최고란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바다의 날(5월 31일)을 앞두고 열린 ‘참치 라이브쇼’에서 요리사가 참치를 부위별로 해체하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강병기기자 arche@donga.com

칼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배를 지나 아가미 쪽으로 올라갔다. 이 실장은 눈과 아가미 주위를 움푹하게 파냈다.

“볼살(눈 아래 살)은 참치 좋아하기로 유명한 일본 천황도 못 먹는 살입니다. 참치 한 마리를 잡아봐야 워낙 조금밖에 안 나오기 때문이죠.”

30cm짜리 참치를 하나 잡아도 볼살은 어른 손가락 크기만큼 나온다고 한다. 구하기 어렵다 보니 가장 귀한 살로 통하게 됐다는 것.

행사에 참가한 해양수산부 박덕배 차관보에게 한점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박 차관보는 겨자를 푼 초장에 볼살을 푹 찍어 한입 가득 물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맛을 음미하더니 갑자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외쳤다. “바로 이 맛이야!”

○참치 요리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아요

부위별 해체가 끝난 다음 참치 요리가 시작됐다. 사실 한국원양어업협회가 행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주로 참치회만 먹다보니 연간 6만2500t을 잡아도 소비는 1만2500t에 그친다는 것. 그래서 다양한 참치 요리를 개발해 선보이자는 게 이번 행사의 주요 취지였다.

“참치를 가지고 참으로 다양하게 요리할 수 있어요. 참치는 많이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균이 없어 배탈도 나지 않죠.”

호텔 일식당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김종근 요리사가 두툼하게 잘린 참치를 들고 가스버너를 켰다. 1분 정도 굽자 참치가 꼭 스테이크처럼 변했다.

“가스로 살짝 구운 다음 얼음냉수로 식힙니다. 다음에 초밥을 만들 때처럼 썰어서 장에 찍어 먹으면 훌륭한 참치 반구이가 되죠.”

그가 꼽은 참치 요리는 두 손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참치 꼬치산적, 냉채, 햄버거, 영양밥, 스테이크…. 한약에 감초가 사용되듯, 거의 모든 요리에 참치를 응용할 수 있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교대역 근처에서 인성참치전문점을 하는 성금자씨는 “참치회 말고도 이렇게 다양한 참치 요리를 할 수 있다는 데 놀랐다”며 “앞으로 요리점 메뉴판에 회 뿐만 아니라 다양한 참치 요리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들이 간식용으로도 ‘딱’이죠

야외로 나갈 때면 김치찌개가 최고였다. 김치에 물을 붓고 참치만 넣으면 뚝딱 만들어질 정도로 간편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집을 나서기 전에 조금만 정성을 쏟아보자. 참치를 이용한 훌륭한 나들이용 간식 덕분에 야외 소풍이 더욱 알차질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원양어업협회가 선보인 참치 요리는 20가지. 이 가운데 나들이 간식용으로 적합한 요리를 소개한다.

간단하기로는 참치 다다키를 따라올 게 없다. 참치를 잘게 썰어 식칼로 다진 후 양념 간장으로 맛이 배게 하면 준비 끝. 야외에 나가 밥 위에 다다키를 솔솔 뿌려먹으면 밥 한 공기는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야채용으로 파릇파릇한 샐러드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참치덮밥을 준비해도 좋다. 먼저 참치를 폭 6cm, 두께 7cm 정도 크기로 썰어 간장과 술을 섞은 양념장에 담가둔다. 김도 3cm 길이로 잘게 자른다. 밥에다 간장과 식초를 뿌린 후 참치와 김을 얹어 먹으면 훌륭한 참치덮밥이 된다. 간단한 두부요리로 단백질을 보충해 준다면 영양가도 만점이다.

40분 정도 여유가 있다면 참치 영양밥을 만들어보자. 참치를 얇게 자른 후 30분 동안 양념장에 절여둔다. 이어 나무순과 채소도 잘게 썰어 식칼로 다진다. 밥에는 설탕과 식초, 간장으로 살짝 맛을 낸다. 그 후 절여둔 참치와 나무순, 채소를 넣고 비비면 된다. 송이버섯 튀김요리나 된장국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작년 판매량 270,000,000개▼

‘참치, 특히 참치 통조림을 빼곤 식탁을 차릴 수가 없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지만 참치는 생각보다 한국인의 음식문화에 깊숙이 뿌리내렸다. 참치 통조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한국에서 참치 통조림은 지난해 2억7000만여 개가 팔렸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국민 1인당 6통 정도를 먹은 셈이다. 전체 통조림 시장에서도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참치는 한국인의 식생활과 밀접한 식품이다.

한국의 참치 통조림 시장은 출발부터 다른 나라와 달랐다. 참치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는 돼야 소비가 일어나는 고급 식품으로 분류된다. 선진국에서도 대략 그 정도 시점에서 참치가 식탁에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는 2000달러를 넘는 시점부터 시장이 형성됐다. 한국인의 독특한 음식문화 덕택이다. 세계 최고의 참치 선단을 보유한 동원산업(현 동원F&B)은 1982년 참치 통조림을 내놨다. 당시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을 깨고 이 통조림은 내놓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찌개와 탕을 먹는 한국인의 음식 문화와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치찌개와의 ‘찰떡궁합’은 대박의 일등 공신으로 여전히 꼽힌다. 지금도 참치 통조림의 대목이 6월부터 8월까지인 점도 나들이를 나가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끓여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추참치 등 몇 종류를 빼곤 뚜렷한 변화가 없던 참치 통조림시장에도 최근 작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우선 어종이 다양해졌다. 보통 참치 통조림에는 비교적 값이 저렴한 ‘가다랑어’를 쓰는데 대신 이보다 고급 어종인 ‘황다랑어’를 쓴 프리미엄 참치 통조림이 최근 1, 2년 사이 꽤 나왔다.

또 참치 통조림 안에 들어 있는 식물성 기름인 ‘면실유’ 대신에 ‘올리브유’ 등을 넣은 제품도 있다. 이 밖에도 참치와 크래커를 한데 묶어 어린이 영양 간식이나 어른 술안주로 쓸 수 있도록 만든 제품도 시중에 나와 있다.

업계에서는 주 5일 근무제로 나들이객이 늘면서 한동안 정체상태였던 참치 통조림 시장이 다시 한번 호기(好期)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참치의 부위별 특징
부위 특징
뱃살-배에 붙은 살-지방이 풍부해 윤기가 흐름-주로 회나 초밥의 재료로 사용됨-참다랑어(뱃살 1kg)는 10만∼25 만원, 눈다랑어와 황새치는 1만∼ 4만원 수준
속살-등 부위 살-나무의 나이테처럼 둥근 결이 있음-선명하게 붉은색임-뱃살 가격보다 30∼50% 쌈
볼살-눈 아래 살-쇠고기 회처럼 담백한 맛이 남-가격은 뱃살보다 10∼20% 비쌈
가마살-아가미와 배 사이 살 -기름기가 많아 가장 맛있는 살로 꼽힘-고소한 맛이 특징-가격은 뱃살보다 10∼20% 비쌈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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