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를 맡은 영화인협회는 대종상 영화제를 새롭게 만들어 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반인 심사위원단’을 모집해 100명의 관객을 예비 심사에 참여시켰고 본선 심사 과정의 부문별 점수표를 인터넷으로 공개하는 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장치를 마련했다.
예산도 지난해보다 두배가 늘어난 20억원가량. “스폰서를 유치하느라 힘들어도 ‘영화제다운 영화제’를 만들어보겠다”는 것이 주최측의 각오다. 그러나 예산의 사용처를 보면 ‘영화제다운 영화제’가 무엇인지 아연해진다.
먼저, 20일 시상식장인 경희대 평화의 전당 상공에 헬기를 띄운다. 사회자들이 헬기에서 내려 입장하는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또 참석률이 저조한 배우들을 ‘모시기’ 위해 벤츠 10여대를 의전용 차량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전례 없이 추가된 개막식 프로그램도 ‘화려한 외양’에 치중하고 있을 뿐이다. 12일 저녁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개막식은 축하영화음악회와 만찬이 전부다. 참석자에게는 1인당 10만원짜리 식사가 제공된다. ‘개막작’이라는 북한영화 ‘청자의 넋’도 폐막에 해당되는 20일 시상식장에서 상영된다.
주최측은 9일 후보작 발표 기자회견장에 스폰서인 위스키 업체를 불러 시음용 위스키를 돌리는 해프닝도 빚었다.
이렇게 보면 12일 개막 이후 20일 시상식까지 일반 관객을 위한 행사는 전무하다. 축제 분위기의 영화제를 만든다면서 축제를 즐길 이들을 위한 행사가 실종된 것이다. 그나마 심사위원단이 스카라극장에서 28편의 본선 진출작을 볼 때 일반 관객들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게 유일하다.
영화제나 시상식을 ‘축제’로 만드는 것은 그곳에 가기를 열망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행복하게 해주는 ‘영화’들이다. 대종상 주최측은 ‘축제’로 자리 잡은 국내외 영화제들의 성공 비결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것 같다.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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