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루 비친 달빛 교교한데
남천강 말없이 흘러만 가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남천강 굽이쳐서 영남루로 감돌고
벽공에 걸린 달은 아랑각을 비추네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리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달빛 같은 노랫소리가 머리 위로 내려와, 소녀는 걸음을 멈추고 영남루를 올려다보았다. 정자 난간에 새하얀 치마저고리를 입은 여자가 서 있다. 바람이 어둠이 잠잠해지고, 소녀는 자신의 맥박소리가 잠잘 때처럼 조용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갑자기 빨라졌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아랑? 설마! 어떤 여자가 목욕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람을 쐬고 있는 거겠지, 저기 바람이 시원하니까, 혹시 동아여관 여주인 아닐까? 아편중독으로 밤만 되면 이 주변을 휘청 휘청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니까.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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