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랩 솔로 음반 ‘JP4’로 복귀한 김진표(26·사진)는 “래퍼들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랩은 쉽게 할 수 없는 음악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라며 “새로운 스타일의 랩으로 대중과 소통 범위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멜로디를 언급하지 않았으나, 새 음반은 멜로디와 유연함을 트레이드 마크로 ‘소프트 랩’을 지향하고 있다. 세상에 대해 칼날을 세웠던 이전의 ‘김진표식 랩’과는 크게 다르다.
타이틀곡 ‘악으로’는 매끄런 멜로디와 부드러운 리듬이 자연스런 어깨춤을 자아내고 있다. 이국적인 여가수의 백 코러스도 선율감을 한층 더해준다. ‘악으로’는 “악착같이 살겠다”는 뜻인데 이를 이처럼 유연하게 표현한 것이 바로 김진표의 변화.
새음반의 다른 수록곡들도 부드럽다.
‘아직 못다한 이야기’는 김진표가 랩, 여성 재즈가수 BMK가 멜로디를 맡은 노래로 BMK의 부드러운 음색과 현악의 선율감이 이 노래를 마치 듀엣곡으로 들리게 한다. 신예원의 맑은 음색과 조화를 이룬 ‘유난히’에선 김진표의 랩은 마치 살갗을 간질이는 것 같다.
하림이 노래를 맡은 ‘환호성’은 느린 전개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시간이 필요해’는 박정현이 노래를 부르고 김진표가 랩을 하나 박정현의 노래라는 느낌을 준다.
김진표가 이처럼 큰 변화를 도모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얻은 자연스런 내면의 변화인 것 같다”며 “강한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음반기획단계에서 부드럽게 해보자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새음반에서 이전 김진표 스타일의 랩 곡은 조PD와 함께 한 ‘시부렁’. 강한 리듬의 이 노래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2200억원중 1억원만 달라는 가사’로 인해 방송 심의에서 금지 판정을 받았다. 이 노래는 ‘세상은 경쟁이란 단순논리에 빼째다 위선자들의 도박판으로 바뀌었네’ 등의 가사로 세상에 대해 ‘시부렁’거리고 있다.
김진표는 1995년 이적과 함께 그룹 ‘패닉’으로 데뷔한 뒤 솔로 랩 음반을 냈고 99년에는 ‘노바소닉’에 참여해 ‘록과 랩의 접목’을 시도했다. ‘JP4’는 ‘노바소닉’ 탈퇴이후 첫 음반.
그는 진로에 대해서 “랩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평범하면서도 미래가 다소 보장된 길을 가는 친구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아직은 음악이 좋다”고 말했다.
새 음반은 5만여장이 나가면서 청신호를 보이고 있다. 김진표의 변화에 대해 가요계에서는 “아무래도 듣기 편안한 음악이 좋은 음악이 아니겠냐”고 말하고 있다.
허 엽기자 he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