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서는 50년의 세월에 대한 회고도 오고갔지만 예전과 많이 달라진 한국철학회의 활발한 활동과 전망에 대한 이야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화제가 된 것은 2008년 한국 유치를 위해 전체 철학계가 노력 중인 세계철학자대회였다.
한국대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여수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사무총장(1995년 회장)은 “철학의 본산지를 자처하는 그리스와 알렉산드리아에 초현대식 도서관을 건립 중인 이집트가 거국적 차원에서 대회 유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도 동아시아 최초로 대회를 유치키 위해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마침 이날 한국정부의 의지를 보이기 위해 청와대에 요청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회 유치 지지 친서도 받게 돼 분위기가 고조됐다.
한국철학회 기금조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봉호 서울대 교수(2001년 회장)는 작년에 만들어진 이 위원회의 성과를 소개했다. 손 교수는 “일부 개인과 기업주들이 철학회에 유산 일부를 기증하기로 약정했다”며 참석한 학자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권했다.
윤사순 고려대 명예교수(1994년 회장)는 서양철학이 주도하던 1990년대 전반의 분위기 속에서 동양철학 연구자로 회장에 선출된 후 여성학자를 최초로 부회장으로 선임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한국철학계에 여성의 진출 기회가 좀더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전의 창립기념 학술대회 주제가 대체로 ‘회고와 전망’이었던 데 반에 이번 대회의 주제는 ‘철학과 인접학문과의 대화’였다. 정대현 현 회장(이화여대 교수)은 “철학이 인접학문과의 대화를 통해 타 분과학문과 철학적 문제를 공유하며 메타학문으로서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려는 것”이라며 향후 철학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했다.
김형찬기자·철학박사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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