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의 인상보기 희망읽기]수염을 보면 남자가 보인다

  • 입력 2003년 6월 19일 17시 01분


오사마 빈 라덴. 드라마 '태조왕건' 견훤 역의 서인석
오사마 빈 라덴. 드라마 '태조왕건' 견훤 역의 서인석
수염 하면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바로 오사마 빈 라덴과 사담 후세인이다.

빈 라덴의 경우 얼굴은 말랐지만 수염자리가 구불구불 넓게 퍼져 있다. 그는 전장은 지키지 않는다 하더라도 장수의 기질이 있다. 구부러진 수염은 튀는 성격임을 암시한다. 후세인의 수염이라면 전장에 직접 뛰어들어 진두지휘하는 타입이다.

수염은 기혈, 기상과 관계가 있다. 사극에서 장수의 수염은 곧잘 덥수룩하게 표현된다. 삼국지 영화나 만화를 보면 장비의 수염은 숱이 많을 뿐 아니라 고양이처럼 옆으로 뻗쳐 있다. 몸의 에너지가 넘쳐 기상이 하늘을 찌르다보니 앞뒤 못 가리고 감정적으로 치닫게 된다.

대개 문신의 수염은 무신인 장수보다 양도 적고 단정하다. 간신은 수염을 특별히 가늘게 표현하며 내시는 수염이 아예 없다. 그만큼 수염은 호르몬과 관계되어 남성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다가 많은 사람은 인중에 붙어있는 수염이 아예 팔(八)자로 꼬여 올라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수염을 인상학적으로 볼 때는 어느 부분에 많이 났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인중 자리는 51세에서 55세에 해당하는 자리로 인중 부위에 수염이 넓게 퍼져 있으면 쉰이 넘어서도 일이 많다. 요즘은 이 자리에 수염을 기르지 않는 사람이 많으므로 면도자국으로 읽으면 된다.

코는 돈 창고이며 코 밑은 창고의 앞마당이라 할 수 있어, 그 자리가 두둑하고 좋아야 영양이 많은 환경이 되어 수염이 잘 자란다. 인중 수염이 없는 사람은 보통 그 자리의 살이 밋밋한데 이런 경우는 50세를 전후하여 굴곡이 있거나 일을 쉬거나 해서 현업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다. 인중에 수염이 없고 턱 밑에서 목 아래까지 수염자국이 퍼져 있다면 50세 즈음하여 운기는 떨어지나 만년운과 자손운, 처덕이 있다. 만약 이런 사람을 사윗감으로 얻게 된다면 내 딸만 사위를 받쳐주게 되므로 딸이 힘들게 된다.

반대로 인중에만 수염이 그득하고 턱 아래가 부족하면 대접받기보다는 돈을 열심히 벌어 처에게 갖다 바쳐줄 사람이다. 인중에만 수염이 몰린 찰리 채플린의 경우는 분장이긴 하지만 자신감 없이 눈치를 봐가며 여기저기 붙는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수염이 위에만 있기 때문에 받쳐주는 사람은 없고 자신만 우왕좌왕 바쁘다.

건강한 사람의 수염자국은 파르스름하며 수염이 화살로 힘 있게 쏜 듯 꽂혀있다. 휴가로 며칠 쉬어 면도를 하지 않았을 때 남자의 수염이 쭉 뻗어있다면 일도 가정도 정력적으로 돌볼 스타일이다. 산에 나무가 많으면 산적도 많고 호랑이도 드나들듯이 수염이 구레나룻 옆까지 많이 나고 몸에도 털이 많은 사람은 정이 너무 많아서 아내에게만 정열을 다 쏟지 못한다.

이런 경우는 자기 절제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007’의 제임스 본드를 보면 가슴에 털이 북슬북슬하다. 이런 사람은 이리나 늑대처럼 약간 원시적이며 야성적이라 사랑이 격렬하다. 사이가 소원해졌을 때는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냉정한 면이 있다. 남성의 상징인 수염이 여성에게 많이 나는 경우는 어떨까. 일찍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된 할머니들을 보면 대개 얼굴이 거뭇거뭇하다. 남성적 기질이 강해 홀로 살거나 결혼했다 하더라도 남성처럼 활동을 많이 하는 팔자로 본다. 이럴 때는 면도로 미는 것보다 아예 뽑아주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수염이 없이 맨송맨송한 사람은? 잔털은 의리와 따뜻한 마음을 표현한다. 수염이 너무 없는 사람과 교제를 하다보면 가슴이 메마른 사막과 같아, “정 주고 내가 우네∼” 하는 노랫가락에 무릎을 치게 될 수도 있다.

주선희 인상연구가 joo33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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