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식사(韓國服飾史) 강좌는 195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이화여대 가정대학에 개설되었다. 그 후 1980년대까지 대학에서는 가정학과나 의상학과를 신설하고 대개는 필수과목으로 한복 만들기(‘한재·韓裁’라고 하였다)와 한국 복식사를 가르쳤다. 이때까지는 저고리의 동정이나 이불 홑청을 손수 바느질했던 1세대 스승들이 강의를 맡아주셨다. 우리 옷의 전통기를 체험한 분들이시다. 세태가 변하여 학과 명칭이 바뀌면서 이 과목도 거의 선택과목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화 바람을 타고 있는 셈이다. 우리가 설자리와 앉은자리는 어디일까?
저자는 책머리에 “잉태해서 출산하기까지 사십팔 년이 걸린 늦둥이 책, 산통(産痛)도 18년을 끌었다”고 하였다. 도판 825컷 중 600여컷의 드로잉, 200여컷의 사진 등을 해설과 함께 알기 쉽게 풀이하였다. 시각자료를 겸비한 복식도감(服飾圖鑑)이다.
내용은 총론과 함께 본문을 쓰개(관모·冠帽) 머리장식(두식·頭飾) 몸장식(패식·佩飾) 신발(이·履) 웃옷(상의·上衣) 아래옷(하의·下衣) 겉옷(외의·外衣) 등 일곱 장으로 나누었다. 남자복식을 ‘점잖음’, 여자복식을 ‘정숙함’으로 특징지어 서술하였고 영문까지 겸비했다.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작업이다. 자세한 실측, 특히 바느질 부분까지 자세하게 보여준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다.
실린 옷과 장신구들은 대부분 이화여대 박물관과 이화여대 담인복식미술관의 소장품이며 조선후기에서 일제강점기 사이의 유물들이라고 했다.
방대한 자료를 나열하고 해설하다 보면 가려진 곳, 잘못 알아왔던 부분도 알아가기 마련이다. 잘 찾아보면 어느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었던 것들이 있고 그런 것만이 가진 명칭이 있다. 이제까지 한국 복식사연구는 주로 관직자 중심이자 서울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생활복식은 대부분 반가(班家)나 민간에서 사용되었던 것들이다. 가려졌던 것들, 소홀했던 것들이 바로 이 부분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라고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우리 것의 진정한 알갱이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옷을 만들고 입은 이들이 살았던 넓은 현장을 나가야 찾을 수 있다. 조선후기에서 일제강점기에 가려졌던 부분들은 살아있는 어른들을 통하면 보완될 수 있다. 이는 현재 이 일을 맞고 있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막중한 사명이다.
“이화여대 소장의 복식 컬렉션 중 생활복식만을 실었으며 후속편으로 관복 등 제도복식과 의례복식을 엮을 생각”이라고 하니 다음 책이 더욱 기대된다.
고부자 단국대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교수 koh3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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