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입구에서 정면으로 만나는 사람 키를 넘는 스텐레스 스틸의 오목 접시는 주위공간을 빨아 들이고 혹은 확대해 관람자의 이미지를 일순간에 사라지게 한다. 그리하여 조각 자체를 하나의 생명체로 인식하게 한다. 그의 조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작품에 반응하도록 적극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물성(物性)에 대한 탁월한 감각은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의 모양과 크기 선정에서부터 돌표면 처리, 입체를 구성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작품 전체를 어우르는 총체적인 느낌을 조율한다. 또 채움(Solid)과 비움(Void)을 통해, 면과 입체를 동시에 느끼게 하고 이들의 대비를 통하여 조각의 조형성을 획득하고 있다. 이러한 조형은 시각과 공간에 대한 강한 유혹과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급기야 만지고 싶은 충동에 빠져들게 한다.
작가는 2차원에서 시작하여 3차원으로 변형되는 과정을 표현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표현되어 있는 조형의 의미와 그것을 둘러 싼 공간과의 상관관계를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그의 일관된 주제는 동양적인 감수성을 토대로 조각이라는 기존의 고정 관념을 뛰어 넘는 실험정신과 사물에 대한 다원론적인 시각이다. 모든 가능성을 포용하는 그만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최두남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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