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MBC 뉴스데스크 앵커 조정민씨(52·iMBC 대표)가 목사가 되기 위해 방송계를 떠난다. 그는 9월부터 미국 보스턴 고든콘웰신학대학원 목회학 석사 과정(3년)을 이수할 예정이다.
워싱턴 특파원, 뉴스데스크 앵커, 보도국 부국장 등 MBC에서 잘 나가는 기자로, 한자리에서 소주 10병을 거뜬하게 비우는 주당으로, 싱글 실력의 골프 마니아로 살았던 그가 180도 변해서 하나님을 믿게 된 것은 1997년.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실에서 그를 만나 목회자가 도기로 결심하게 된 사연을 들었다.
▽믿음의 가정=약간의 농담이 섞여 있긴 했지만 그는 새벽기도를 꼬박꼬박 나가는 아내 홍지혜씨를 감시하기 위해 교회에 나갔다고 했다. 혹시 ‘불륜 내지는 광신’이 아닐까 의심한 그는 아내가 다니던 온누리교회에 나가면서 차츰 ‘예수의 포로’가 되기 시작했다.
“제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진정한 나눔과 회복과 비전이 있었습니다. 언론의 기능은 비판이고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론 개인과 사회를 바꿀 수 없습니다. 비판을 하다 보면 자신도 메말라 갑니다. 그때 제 삶에는 절망과 좌절이 깃들어 있었고 하나님을 간절히 원했던 모양입니다.”
그는 먼저 가정부터 회복시켜 나갔다. 그는 아내에게 얘기할 때 늘 “요점만 말하라”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그는 아내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1년 반 정도 지났을까요. 집사람이 “이제 당신을 믿을 수 있다”고 말했을 때 저는 사회에서 성공했을 때보다 훨씬 큰 행복과 만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부부관계가 좋아지면 자녀와의 관계도 회복되는 법. 그는 두 자녀에게 그동안 함께하지 못했던 것을 사과했고 이후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얼마 전 그는 칠순 노모를 교회 전도집회에 모셨다. 50여년간 한번도 거르지 않고 1시간씩 새벽 예불을 드리던 노모를 교회에 모시기는 쉽지 않았다. 노모는 지난주 교회에 출석했고, 그는 교인들에게 노모를 소개하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기쁘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도대체 뭣 때문에 제가 변했고 목사까지 되겠다고 하는지 궁금하셨던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어머님을 어떻게 인도하실지 기대됩니다.”
▽사회생활=“저는 일 중독자였죠. 우리 사회에선 ‘일 중독’과 ‘능력 있음’을 긍정적 동의어로 간주하지만 사실 일 중독은 건강한 가정과 대인관계를 포기하게 하는 겁니다.”
술을 매개로 한 인간관계를 줄이자 그의 생활은 무척 단순해졌다. 그는 교회 회사 가정에 공평하게 시간을 배분하고 저녁 약속은 가급적 피한다. 대신 지난 4, 5년간 전국 각지에서 70여 차례에 걸쳐 신앙 간증을 했다. MBC 내에서 그가 전도한 사람만도 수십 명에 달한다. “의식적으로 전도하는 건 아니고 누가 물어보면 제 신앙 얘기를 들려줍니다. 저도 그랬지만 세상에서 놀 만큼 놀고 철저히 절망한 뒤 신앙을 가져야 더 깊은 신앙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언론계에 재직하는 그의 고교동창은 “쉰이 넘어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 일을 찾아 떠나는 정민이가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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