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혼한 지 1년도 채 안 돼 이혼을 한 30대 초반의 전문직 남성이다. 명문대를 졸업했고 물론 아이도 없다. 재혼을 생각한 당신은 결혼정보업체에 가입하면서 미혼 여성을 원했다. 가능할까?
미안하지만 ‘턱없는 소리’다.
당신은 이혼한 지 3년 된 30대 중반의 여성이다. 치과의사인 당신은 서울 근교에 병원을 갖고 있지만 두 아들을 키우고 있다. 재혼을 생각한 당신은 결혼정보업체를 찾았다. 상대를 만날 수 있을까?
미안하지만 가입 자체가 어렵다.
결혼정보업체가 중매쟁이 역할을 하는 재혼 시장은 ‘프로필과 프로필을 교환’하는 곳이다. 재혼을 꿈꾸는 30대 회원들은 자신의 젊음과 조건을 무기로 자신 있게 시장에 진입하지만 곧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결혼정보업체 선우와 듀오의 재혼 담당 커플매니저 4인에게서 재혼 시장의 현실과 환상을 들었다.
● 외모, 경제력 그리고 아이
30대 남성이 재혼 조건의 1순위로 꼽는 것은 ‘외모’다. 커플매니저들의 말을 빌리자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남성들이다. 여성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외모가 평균 이하라면 만남이 잘 이루어질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30대 여성이 꼽는 제1조건은 단연 ‘경제력’이다. 30대 여성의 많은 수는 결혼하면서 직장을 그만뒀기 때문에 이혼한 뒤 전문 기술이 없는 한 안정적인 직업을 갖기 어렵다. 그래서 회원 중에 학원 강사나 학습지 교사가 많다. 여기에 아이까지 맡았다면 경제력은 더 절실하다.
그러나 남성 회원들의 경제력은 같은 나이대의 미혼 남성들보다 못하고 집도 없는 경우가 많다.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집을 내주기 때문이다.
남녀 모두 상대에게 아이가 없기를 바란다.
만약 여성에게 아이가 있다면 하나가 좋다. 그것도 3∼4세의 딸이면 더욱 좋다. 남성들은 아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재산 상속 등 앞으로 문제가 생길 여지 자체를 꺼린다. 만약 아들이라면 인상이 좋을수록 좋다. 아이가 둘 이상이어도 여성이 직접 키우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30대 초반의 아이 없는 여성들이 결혼에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 커플매니저들은 30대 초중반의 불임 여성을 ‘보물’이라고 부른다. 결혼 확률 100%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지 못한 것이 이혼의 중요한 사유가 된 이들에게는 아이러니다.
의사, 변호사 등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더라도 아이가 있으면 상대의 수준이 낮아진다. 초혼이라면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조건의 남성을 기꺼이 만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 그리고…
결혼정보업체가 암묵적으로 행사하는 ‘가입 불가 가이드라인’은 재혼 상대에 대한 30대 이혼남녀들의 편견 섞인 바람을 그대로 드러낸다.
학벌, 직업, 집안이 다 좋아도 대머리라면 그 남성은 재혼 회원으로 가입하기 어렵다. 왜냐고? 아직 30대이기 때문이다. 전문직에 아이 없는 여성이라고 해도 키가 155cm 이하면 역시 가입이 어렵다. 그건 또 왜냐고? 남성이 외모를 제일 따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30대 남성은 아이가 있어도 밖에서는 총각 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게 미혼 여성을 사귀다 아이 때문에 차이고 충격을 받아 결혼정보업체를 찾는 남성이 늘고 있다.
남녀가 처음 만났을 때 누군가 “그런데 왜 이혼하셨어요?”라고 물었다면 그 만남은 지속되기 어렵다. 30대는 아직 이혼의 상처를 담담히 꺼내 보일 만큼 ‘성숙’하지 않았다. 만나자마자 전 배우자의 흉을 보는 사람도 있다. 미련한 일이다.
재혼 회원 중에는 이혼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회원의 5% 정도지만 사별한 사람들도 있다. 이들에게서는 이혼한 사람을 깔보는 태도가 엿보인다고 한다. 커플매니저들은 사별한 사람들에게 “절대 만나는 자리에 나가서 울지 말라”고 충고한다.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30대 남성 회원 중에는 B형이 많다. 70% 정도. 그래서 일부 여성 회원들은 “B형 남자는 미팅 상대에서 빼 달라”고 요구한다. 또 남성은 65년생 뱀띠가 많고 여성은 71년생 돼지띠가 많다.
요구사항들이 서로 딱 들어맞는 남녀가 만나면 재혼이 순조롭게 성사될까? 그건 아니다. 커플매니저들은 결혼정보회사에서 맞춰주는 조건은 결혼을 결정짓는 데 20%의 요인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80%는 본인들의 마음에 달렸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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