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아시아 여성들은 화장하기에 정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조금만 손을 대도 색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얼마나 ‘베이비 페이스’(앳된 얼굴)예요? 부러워라….”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헬레나루빈스타인의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 스테파니 페이렐로에르베는 30대 한국 여성을 위한 화장 노하우를 가르쳐 달라는 말에 이렇게 운을 뗐다.
최근 몇 해 동안 그가 제안해온 화장은 여성적이며 깔끔했다. 일반인이 흉내 내기 어려운 추상적인 색상 조합 대신 조금씩만 변형하면 누구에게도 어울리는 단아한 컨셉트를 제시해왔다. 그도 30대다. 현재 세 살 된 딸과 14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는 서른네 살의 엄마다. 헬레나루빈스타인의 가을, 겨울 메이크업 컬렉션 ‘플레임’을 소개하기 위해 최근 내한한 스테파니씨를 서울 청담동에서 만나 ‘30대의 화장법’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피부연출 테크닉
스테파니씨는 1998년 헬레나루빈스타인에 영입되기 전까지 파리의 유명 메이크업 스쿨 ‘크리스티앙 쇼보’의 강사로 일했다. 이 학교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동양인, 특히 한국인 학생이 많았다. 덕분에 “안녕하세요” “천만에요”에서 “오빠” “언니”까지 간단한 몇몇 단어는 자연스럽게 발음할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은 자신의 얼굴이 평면적이라 불만이라고 불평하더군요. 개인적으로는 동양 여성들이 더 매력적인 윤곽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콤플렉스라면 보완점을 찾아야죠.”
일반적으로는 30대 중반을 전후해 노화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한다. 특히 눈가를 중심으로 건조함을 느끼게 되고 다크 서클도 늘어난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는 데 꼭 필요한 제품으로 스테파니씨는 질 좋은 아이크림, 사용하기 편한 컨실러를 꼽았다.
20대에 비해 파운데이션 사용량은 줄여야 한다.
“보통 파운데이션을 여러 번 발라 피부 결점이나 주름을 가리려 한다. 그렇다면 30대는 더 많은 양을 써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주름은 화장품으로 절대 가릴 수 없다”고 매정하게 잘라 말했다.
“피부 결점은 스킨케어를 통해 완화해야 할 대상이지 감출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에요. 파운데이션은 ‘요만큼’ 만 쓰시고요.”
그가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인 양은 엄지손톱 절반 크기였다.
파운데이션은 이마에서 턱으로, 코에서 양쪽 귀 방향으로 스펀지를 사용해 펴 바른다. 이후 파운데이션이 묻지 않은 스펀지 반대편을 이용해 다시 한 번 같은 방향으로 매끈하게 펴 준다. 화장이 들뜨지 않고 피부에 잘 스며들게 된다.
파운데이션 위에 사용하는 컨실러는 눈 밑의 검은 부분을 가리키는 다크 서클과 기미, 주근깨를 감추는 데 효과적이다. 컨실러 역시 되도록 적은 양을 쓰기 위해 먼저 손가락 대신 얇은 브러시를 사용해 선을 그린다.
“일반 아이섀도 붓을 깨끗이 씻어서 사용해도 좋아요.”
눈머리, 눈 밑, 눈꼬리 아래 부분에 붓으로 얇게 선을 그린 뒤 손가락으로 펴 바른다. 이후 파우더를 구석구석 꼼꼼히 두드려 바른다.
●‘골드 핑크’ 눈매에 반짝이는 립글로스
그의 관찰에 따르면 한국의 30대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아이섀도는 흰색이 많이 섞인 명도가 높은 색상이다. 기자가 인터뷰 때 바르고 있던 연회색 아이섀도를 가리키며 “이렇게 흰색이 많이 섞인 섀도라면 어떤 색이든 좋다. 한 가지 색상만으로 눈두덩에 넓게 발라주면 신비한 멋을 낸다”고 말했다.
아이섀도, 볼터치, 립스틱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색상톤으로는 핑크 혹은 금색이 섞인 흐린 갈색을 추천했다.
“핑크톤은 피부가 흰 사람에게, 금빛 브라운톤은 까무잡잡한 사람에게 잘 어울려요. 특히 뺨에 핑크톤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동양 여성만의 축복이에요. 동양인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서구의 30대 여성들이 핑크색 볼터치를 하면 정말 어색하거든요.”
블러시는 광대뼈 주위에서 귀까지 평행으로 넓게 칠하면 보다 입체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핑크와 골드 브라운, 이 두 가지를 섞은 색은 가장 무난한 색상조합으로 꼽힌다.
“이 색상 조합의 장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죠.”
흰색이 많이 들어있는 파스텔 핑크를 베이스로 깔고 골드 브라운 색을 눈꺼풀 가까이 그리는 것, 골드 베이지를 베이스로 깔고 핑크색을 눈꺼풀 가까이 그리는 것 모두 온화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이는 헬레나루빈스타인을 비롯, 여러 화장품 브랜드가 속속 제안하기 시작한 올 가을, 겨울 메이크업 트렌드에도 들어맞는 색상이다.
립 라이너는 턱 크기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턱이 작고 길쭉한 편이라면 립 라이너를 입술보다 조금 더 넓게 그리고 립스틱을 칠한 뒤 반짝이는 립글로스를 꼼꼼히 발라주는 게 예뻐 보이죠. 반대로 각진 턱이나 넓은 턱을 가졌다면 눈화장에 집중하는 대신 입술은 립글로스 정도만 발라요.”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스테파니씨는 한국 30대 여성들의 화장법이 서구에서는 독일 여성들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갈색을 선호하는 것도 그렇고 과감한 색상을 꺼리는 것도 그래요. 하지만 가끔은 진한 회색 아이섀도에 두꺼운 아이라인을 살리는 ‘스모키 아이’도 시도해 대담한 화장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하겠죠.”
설명을 위해 스스로 화장을 해 보이며 콤팩트의 거울을 들여다보던 스테파니씨는 “나는 출산 후 수유 기간에도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며 예쁜 생각을 하려 애썼다”고 말했다.
“시간이 없으면 마스카라, 컨실러, 파우더만이라도 바르세요. 최소한의 노력이 스스로 더 젊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요.”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