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온 여객 전무가 모자를 벗어들었다.
“앞으로 10분이면 다음 역 신막에 도착합니다. 내리실 분은 준비해 주십시오. 잃어버리시는 물건이 없도록 아무쪼록 주의 바랍니다”
“도시락은 몇 개를 사야 되나…음 어디, 하나, 둘, 셋, 넷, 다섯” 남자는 일어나 치마저고리 모습의 여자들을 세기 시작했다.
“아직 점심 때 먹은 게 소화도 다 안 됐는데”
“한창 먹을 땐데 무슨 소리, 배야 눈앞에 먹을 게 있으면 고파지겠지. 도중에 말 걸어서 몇까지 셌는지 잊어버렸잖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다음이 뭐였지?”
“여섯이오.”
“에이 모르겠다. 히(하나), 후(둘), 미(셋), 요(넷), 이츠(다섯), 무(여섯), 나나(일곱), 야(여덟), 코(아홉), 토(열), 주이치”
남자는 사냥모를 만지면서 일어나 두 자기 건너 앞에서 팔짱을 끼고 졸고 있는 동그란 안경 낀 청년을 불렀다.
“어이, 이제 10분이면 신막이다”
청년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고 사방을 돌아보았다.
“뭘 그리 두리번거리느냐, 참호에서 눈뜬 꼴을 하고. 도시락 열세 개 사와라. 정차 시간 1분밖에 없으니까, 신막에서 못 사면 평양까지 참아야 하니까 서둘러”
칙 칙 칙 칙, 칙 칙 칙 칙, 저 건너 산기슭을 에워싸고 있던 연기가 바로 앞산 뒤로 숨으면서 희미하게 들리던 기차 소리를 지웠다. 그러다 잠시 후에 느닷없이 기적 소리가 뽀- 폭 폭 하고 울려 퍼지더니 파시로가 객차를 끌고 길쭉한 어둠에서 빠져나왔다. 빗발은 가늘어지기는커녕 천둥 번개와 함께 더더욱 굵어져, 기차는 마치 폭포 속을 질주하는 것 같았다, 칙 칙 칙 칙 칙 칙 칙.
글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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