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마르-라루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백과사전 형식의 그림책 시리즈 20권 중 1∼3권을 번역한 책들이 나왔다.
지식백과라는 표현에 걸맞게 많은 내용이 한꺼번에 등장하는데, 빅뱅에 의한 우주의 탄생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현재까지 알고 있는 우주를 자못 단정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고대 이집트인, 힌두인들이 생각한 우주와 마르크 샤갈의 생명 창조 그림까지 한꺼번에 등장하고,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우주와 나란히 병행돼 있다.
시대를 초월해서 참 많은 정보를 모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정보 전달이라는 당초의 의도는 꽤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삽화로 등장하는 그림도 상당히 정교한 편이고, 도처에 나오는 사진은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에 대한 느낌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특히 ‘문명의 아침’ 편에는 곳곳에 지도를 배치하여 지리학적인 궁금증을 그때 그때 풀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번역도 매끄러운 편이다. 적어도 날림으로 만든 책이 절대로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는 것이 그리 편하지만은 않다. 일단 책을 펴면 시선이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은 느낌이다. 어떤 곳은 글과 그림, 사진이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 들어, 밑으로 읽어야 할지 옆으로 읽어야 할지 혼동되는 경우마저 있다. 그림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힘든 것은 글의 내용이 갖고 있는 함축성에 기인한다. 수많은 고유명사가 등장함으로써 초보자들에게는 생경한 느낌을 줄 듯한데, ‘더 설명이 있어야 하지만 지면 관계상 이 정도로 지나가자’고 하는 것 같다. 읽어서 그냥 알 수 있는 부분보다 옆에서 설명해 주면 ‘아 그렇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일 부분이 더 많아 보이는 것이다.
분야별로 엄선되었다는 전문가들이 지면을 맡았기 때문에 의욕이 넘쳐서 그런 것일까? 프랑스 문화의 특성이 무엇이든 명료하게 설명하기보다는 함축을 통해 독자에게 여지를 많이 남기려 한 때문일까? 어쨌든 아주 꼼꼼하고 차분한 어린이가 아니면 이 책이 과시하고 있는 고급 정보들을 다 제것으로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아니 보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독자가 어린이라면 글을 하나 하나 읽으려 하지 말고 그림을 천천히 보면서 그 느낌을 즐기도록 부모가 옆에서 조언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나이가 든 청소년이라야 비로소 글 읽기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 수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을 터이지만, 하여튼 그 정보들을 엮어서 체계적인 지식을 만드는 건 아무래도 누가 옆에서 거들어 주어야 제대로 소화될 만한 책이다.
주미사 (동덕여대 강의전임교수·불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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