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붙이기는 쉬워도 말처럼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어른 눈높이에 맞춘 공연은 어린이들이 집중해 보기 힘들다. 어린이의 취향에 맞춘 연극이라면 대개 ‘보호자’로 따라 나선 어른은 하품을 참으며 버티기 마련이다.
이런 실정에서 ‘정글이야기’가 어른과 어린이 모두를 위한 공연을 내세운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완벽하게 잡았다’고 하기에는 군데군데 허점이 보이지만, 적어도 어른과 어린이가 나름대로 느끼고 즐거워한다는 점에서는 ‘가족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는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작품의 모티브는 영국 작가 키플링의 ‘정글 북’이지만, 전개는 다분히 독창적이다. 우선 주인공의 이름이 모굴리가 아닌 ‘민둥이’인 점이 그렇다. 늑대나 호랑이의 이름도 각각 ‘산마루’ ‘칼바람’ 같은 우리 식의 이름을 붙였다. 또 늑대 손에서 자라 동물들과 섞여 살면서도 정글의 일원이 되지 못하는 ‘인간의 아이’ 민둥이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다 결국 인간 세계로 돌아간다는 줄거리도 해피엔딩을 기대하는 어린이의 눈에는 의외로 비칠 수 있다.
극단은 ‘캐츠’나 ‘라이온 킹’ 같은 외국 대형 뮤지컬처럼 분장이나 의상을 통해 승부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대신 ‘이미지’를 차용해 동물의 모습을 표현했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늑대나 검은 외투를 펄럭이는 독수리가 생소하기보다는 살갑게 관객에게 다가오는 것은 배우들이 1년여의 동물관찰을 통해 얻어낸 결과다.
어른들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냥을 하지 않는 것이 모두가 살아남는 비결”이라는 ‘정글의 법칙’을 곱씹는 동안, 어린이는 쇠파이프로 만든 정글을 뛰어다니는 야수의 활력 넘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한다. 대표작인 ‘마당놀이’의 성격이 말해주듯 미추는 ‘스타’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하는 극단. ‘산마루’ 역을 맡은 서이숙의 연기가 돋보이면서도 조화를 깨뜨리지 않는 것은 이런 극단의 전통에 기인한다.
아쉬운 점은 이 공연이 ‘뮤지컬’이면서도 가사 전달에 맹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 뮤지컬 분야에서 아직 ‘프로’가 되지 못한 배우의 탓일 수도 있고, 음향 장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이유야 어떻든 노래가 생명인 뮤지컬에서 드러난 이같은 단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