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남자 아이가 “해리가 호그와트 학교를 졸업한 다음에는 (그에 관한) 어떤 이야기를 쓸 건가요?”하고 물었다.
롤링은 “해리가 살아서 호그와트를 졸업할 수 있을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답했다. 순간 객석에서는 “우∼”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고 인터뷰를 진행하던 영화배우 스티븐 프라이는 “오, 아주 무서운 얘기군요”라고 말했다. 롤링은 더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해리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롤링은 이미 알고 있다. 그는 지난달 말 영국 신문 ‘더 타임스’ 및 BBC 2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시리즈 마지막인) 7탄의 마지막 장을 이미 써 놓았다”고 밝혔다.
해리에 대한 걱정은 일단 뒤로 미루자. 이미 롤링은 6탄 집필에 들어갔지만 7탄이 나오려면 최소한 2년은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해리 포터에 관한 ‘두세’ 가지 것들을 살펴보자.
●롤링의 추억
지금은 엘리자베스 여왕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는 롤링이지만 출발은 순조롭지 않았다.
97년 1탄 ‘해리 포터와 철학자의 돌’(미국판은 ‘마법사의 돌’로 개칭)을 출간한 롤링은 런던 한 서점에서 첫 낭송회를 열었다. 그러나 청중은 단 2명. 그나마 다른 책을 사려고 들른 사람들이었다. 당황한 롤링은 숱한 문장을 빼먹은 채 낭송을 마쳤다.
그는 독자들의 예상과 달리 ‘사랑과 상상력의 마법’ 말고는 해리 포터에 나오는 어떤 마법도 믿지 않는다. 하지만 ‘투명 망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예전처럼 에든버러의 카페에서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이다.
롤링은 주로 에든버러의 집에서 커피와 차를 아주 많이 마시면서 컴퓨터로 글을 쓴다. 물론 큰딸인 제시카를 학교에 보내고 지난해 말 낳은 아들 데이비드는 재운 다음이다.
2001년 재혼한 마취과 전문의와의 사이에서 난 이 아들에게 모유를 먹이기 위해 롤링은 즐기던 담배를 끊었다. 그러나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보여주는 ‘마법의 거울’ 앞에 선다면 무엇을 볼 것 같으냐는 질문에 그는 “진실한 나 자신과 돌아가신 어머니, 그리고 과학자들이 발명한 건강에 좋은 담배”라고 말했다.
4탄을 쓰기 전 해리와 아주 가까운 사람이 죽는다는 소문이 나자 남자 아이들은 “제발 론을 죽이지 말아 달라”고 했다. 롤링은 “헤르미온느는 안중에도 없었다”며 혀를 찼다.
책에 나오는 ‘호그와트’ 같은 이상한 단어들은 주로 식물에서 따왔다. 그는 17세기 영국의 약제사인 니컬러스 컬페퍼의 ‘약초 도감’(Culpeper's Complete Herbal)에서 단어들을 찾아냈다.
●기록들
해리 포터 1탄을 낼 때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준 계약금은 약 320만원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롤링의 사인이 있는 영국판 초판본을 5200만원에 사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다.
5탄이 나오기 전 해리 포터를 인쇄하는 공장의 노동자 도널드 파르피트는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 ‘더 선’지에 3개 장을 미리 빼내주겠다고 제의하며 대가로 5000만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파르피트씨는 제본 전 인쇄 대장을 빼돌리다 붙잡혀 법원으로부터 18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한 수집가는 5탄의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문장이 적힌 카드 한 장을 5300만원에 구입했다. 아프리카 학교들에 책을 보내는 기금 모집을 위한 경매에 나온 이 카드에는 롤링이 쓴 93개의 단어가 적혀 있었다. 수집가는 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내용의 사전 유출이 엄격히 금지된 5탄에서 누군가가 죽는다고 하자 어떤 캐릭터가 죽을지 내기가 벌어지기도 했다. 영국 도박사들이 예상한 확률은 사냥터 지기 해그리드 ‘7대 2’, 시리우스 ‘4대 1’, 호그와트 학교의 변신 담당 여교사 맥고나걸과 교장 덤블도어 ‘5대 1’ 순이었다.
영국판 766쪽, 미국판 870쪽인 5탄은 약 25만5000단어로 이뤄졌다. 신약성서보다도 7만여 단어가 많다.
롤링은 자신의 아들 이름을 ‘해리’가 아닌 ‘데이비드’라고 지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한 정치가는 자신의 이름을 ‘해리 이바노비치 포터’라고 바꾼 뒤 주지사 자리에 도전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이름 빈도 순위에서 ‘해리’는 504위였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등장인물 이름의 유래▼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물, 동물 등의 이름은 작가 조앤 K 롤링이 지어냈거나 그리스 신화, 영국 전설, 동식물 이름 등에서 따왔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이름의 어원과 유래가 알려진 것은 아니다.
해리 포터의 영국 및 미국 출판사인 블룸스버리와 스콜라스틱의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파악한 주요 등장인물들 이름의 기원과 뜻을 살펴본다.(이름 표기는 한글판을 따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Her-mione Granger)=그리스 신화에서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는 왕비 헬레네의 외동딸. 아킬레스의 아들과 결혼하지만 전쟁 뒤 삼촌인 아가멤논의 아들이자 자신의 남편을 죽인 오레스테스와 결혼한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겨울이야기(The Winter's Tale)’에 나오는 여주인공 이름이기도 하다. 영어권에서는 ‘허마이어니’라고 발음하지만 그리스어 발음은 ‘헤르미어네’에 가깝다.
◇알버스 덤블도어(Albus Dumbledore)=알버스는 라틴어로 ‘흰 색’ 또는 ‘지혜’를 뜻한다. 덤블도어는 꿀벌의 일종인 뒝벌(범블비·bumblebee)의 고대 영어다. 롤링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법학교 교장이 벌처럼 콧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로드 볼드모트(Lord Volde-mort)=롤링이 지어낸 이름. 그러나 영국 전설에서 아서왕 시대 이전에 마법사 멀린에 대항해 싸운 사악한 마법사 볼더모티스트(Voldermortist)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1탄에서 톰 마르볼로 리들(Tom Marvolo Riddle)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철자들을 풀어서 조합하면 ‘I am Lord Voldemort(나는 볼드모트 경이다)’가 된다. 프랑스어로 ‘Vol de Mort’를 풀이하면 ‘죽음의 신(神)의 비행’이라는 뜻이 된다고 한다.
◇드레이코 말포이(Draco Malfoy)=드레이코는 라틴어로 용(dragon)을 뜻한다. 그러나 기원전 6세기경 사형제도를 폭넓게 적용해 아주 엄격한 ‘드라콘 법(Draconian Laws)’을 만든 아테네의 정치가 이름이기도 하다. 말포이는 롤링이 지어낸 이름. 프랑스어로는 ‘사악한 믿음’이란 뜻. 롤링은 로열 알버트 홀 인터뷰에서 “요즘 책 사인회장에서 말포이처럼 차려입은 아이들을 많이 본다”고 말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해리 포터의 사이트 찾아보기▼
해리 포터 시리즈를 더 재미있게 읽으려면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출판사인 ‘문학수첩’이 운영하는 ‘해리포터 클럽’(www.harrypotterclub.co.kr)에
마법사로 가입하면 기숙사를 배정 받고, 일정한 숙제를 마치면 마법사 등급이 올라간다.
◇영국 출판사인 블룸스버리 홈페이지(www.bloomsbury.com/harrypotter)에서는 5탄
발간 직후 영국 런던 로열 알버트 홀에서 열렸던 조앤 K 롤링의 공개 인터뷰 실황(65분)을 볼 수 있다. 이 인터뷰에서 5탄에 죽는 인물이 누구인지 드러나기 때문에 ‘(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42∼43분쯤 됐을 때 볼륨을 줄이라’는 경고 문구가 써있다.
◇미국 출판사인 스콜라스틱의 홈페이지(www.scholastic.com/harrypotter)에는
책 속 인물 등의 이름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알려주는 ‘발음 가이드’가 있다. 사악한 마법사 볼더모트는 ‘쉿’하고 발음한다. 이름을 말하면 안 된다는 것. 두 번 더 클릭해야 정확한 발음이 들린다.
◇미국 고등학생들이 만든 ‘머글넷(www.mugglenet.com)’도 재미있는 사이트. 해리 포터 6탄에 대한 ‘비공식’ 정보도 얻을 수 있다.
◇해리 포터를 패러디한 배리 트로터 사이트(www.barrytrotter.com)에 가면
‘호그와쉬(Hogwash·돼지 먹이)’ 마법학교의 마법사 배리 트로터(Barry Trotter)를 만날 수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